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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투어, 정말 차릴까 보다.

일 년이었지만 혼자서 교토에서 살았던 경험은 나를 키워준 귀중한 시간이었다.

잊고 있었던 일본어가 여름날 풀 자라듯이 쑥쑥 올라 와 아무렇지도 않게 일본어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았지만, 친구가 생긴 것이 더욱 좋았다.


올 해는교토의 지인들을 1월에 교토에서 한 번, 5월에 서울에서 한 번, 12월에 영등포와 수원에서 만나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일본어를 듣고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일본어로 진탕 이야기 하면서 삼박사일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이 사람들이랑 잘 지낼 수 있는 비결같은게, 외국어로 대화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모국어라면 귓등으로 스치고 지나가도 상대가 나를 욕하는지 칭찬하는지 금방 알 수 있고 들은대로 말로 갚아 줄 수 있는게 모국어이니 , 당하고만 있지 않으리라, 내 반드시 갚아주고 말리라 부르르 떨면서 양날의 검처럼 날을 세우지만 외국어는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서로 정중한 표현을 쓰게 되니 말로 마음 상할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친구가 돼서 지금까지 지내 온 시간이 5년이다.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 지나치게 말로 자기 표현을 다 하지 않는 것이 잘 지내는 비결이라면 비결인데 그것이 외국어이기 때문에 저절로 된다는 것이 한국 친구와 다른 점이다.


하고 싶은 말을 바닥까지 다 할 수 없다는 것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상대와 원만히 지내는 비결이 되기도 하지도 않을까 싶다.


5월에 한국에 왔을 때는 청와대 견학을 하면서 대통령 욕을 실컷 하면서 시원하게 웃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김치 담그기와 수원 통닭거리, 국내 1일 여행으로 기획해서 나경 투어를 진행했다.


성당 레지오 단장님을 섭외해서 김치 담그기와 잡채 만들기 체험을 하고 직접 만든 김치로 저녁을 먹었다.

한국의 가정집 김치 체험은 처음이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한국의 아파트에 처음 들어와 봤다면서 '우레시이. 우레시이' 정말 기뻐요를 폭죽처럼 날리는 두 사람은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김치 담그기를 가르쳐 주고 있는 레지오 단장님도 즐거워하셨고, 본인들이 담근 김치를  일본으로 갖고 가게 될 친구들도 좋아했다.


비비고 김치 사서 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너무 고맙다길래, 비비고는 견줄수도 없을 만큼 양념이 진하고 깨끗하다 라고 말해 줬는데 김치 체험이 끝나고 나서 잡채 만들기도 보여 주시고 선물로 미역까지 챙겨주셔서 한국사람의 정이 이런거라고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다1



말이라는게 그런것 같다.

완전히 알아들어서 편리하기도 하지만 가끔 못 알아듣는 말은 마음으로 알아듣기도 한다.


"오늘 재밌었나요'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김치 담그기 집채 만들기도 좋았지만 그 분을 만났던게 좋았어요'


처음에는 김치 담그기 동시통역이었지만 우리 엄마 또래 아줌마들이 본인 살아오신 인생이야기 하느라 바쁜 것처럼 우리 레지오 단장님도 인생이야기 보따리 풀어놓느라 바쁘셨기때문에 나의 동시통역도 정신이 없었다.


여행사를 차린다면 가정집 김치체험과 아줌마들 살이온 이야기 듣는 프로그램을 꼭 넣고 싶다.

김치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많다 하자'일본가서 김치 장사하믄 떼돈 벌꺼인디, 워매 아깝다'

찰진 해남 사투리를 제대로 통역할수는 없었지만

쉰살에 혼자 일본에서 용기내서 공부하길 잘 했다.

너는 그때 참 멋졌었구나


한 해가 다 가는 이 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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