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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있겠지, 이탈리아

로마 in - 헝가리 out

내년 1월 9일 오전 11시 비행기를 타고 로마를 가는 상상을 하면서 브런치를 쓰고 있다.

갈 수 있겠지, 이탈리아. 

설레이는 여행이지만 쫄아 있기도 한 이유는 이탈리아에 야쿠자랑 맞짱뜨는 마피아가 있어서가 아니라, 14박 동안의 자유 여행이라 그렇다.

짐짝처럼 실려다니고 먹으라면 먹고 들어가서 쉬라면 쉬는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 알아서 다녀야 하는 자유여행, 내가 나에게 자유를 준다는 데도 왜 이렇게 쫄리냐.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로마로 들어가서 피렌체 베네치아까지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빈으로 들어가 3박 한 다음 헝가리에서 2박을 하고 인천으로 들어오는 여행 계획 중에서 빈에서 1박과 헝가리 2박 여행 계획만 짜면 된다.


인, 아웃을 정하는 데 일주일 이상이 걸렸지만 그걸 정하고 나니 기초공사가 끝난 집짓기처럼 대부분은 수월하게 계획이 짜졌다. 그걸 그대로 하게 될 지, 버리는게 생길지는 내년 1월 9일 돼봐야 안다.

하지만 버리고 추가하고 그러면서 다니더라도, 여행은 기대되고 지금을 견디게 해 주는 비타민같다.


블로그를 참고하면서 계획을 세우다보니 나만 빼고 모두 이탈리아를 다녀온 것 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를 다녀온 것 같다.

교황 그리고리오 14세는 3주일을 채우지 못한 로마 여행자들과 헤어질 때는 "그러면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했고 몇 개월을 머문 사람들에게는 "로마에서 다시 만납시다"라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출처: 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로마에서 4일을 있게 되는 우리 가족은 "그러면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인삿말을 듣게 되겠지만 로마에 다시 올 날을 기다리며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던지고 있을 것이다. 


'트레비'의 뜻이 '삼거리'였다니. 여행 준비를 하느라 빌려온 책에서 보고 알게 됐다.

여행에 도움을 받고 있는 책

내년 1월은 아직 먼 것 같고, 일정은 아직 다 짜질 못 해서 빈의 마지막 날에 머물고 있지만 잡아놓고 싶어도 내년 1월은 올 것이며 빈에서 빈둥거리더라도 빈을 가긴 갈 것이다.


나이가 많아도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는 것을 나이 먹고 알았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은 다 할 줄 안다고 생각했었다. 버스도 혼자서 잘 타고 혼자서 뭐든 할 줄 아는게 어른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유를 주는 자유 여행이 이렇게 부담스러울 줄이야, 남들 다 가는 자유 여행 우리도 갈 수 있다에서 시작되었지만 돈이 주는 부담보다 걱정이 주는 부담감이 훨씬 무겁다.

그렇지만 돈이 주는 부담감과 걱정이 주는 부담감을 한 방에 보내는 것이 기대감이라는 거, 그게 있으니 짜증나는 일도 견뎌지고 어서 와라 1월, 이러고 있는 것이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2018년 교토에서 알게 된 한카이 아줌마가 생각났다. 일흔이 넘었는데도 빵집에서 알바 시간이 가장 많았던 베테랑이었고 여행도 좋아해서 2018년에는 핀란드에 다녀 온 일본 아줌마 한카이상.

핀란드에서 구글 지도 봐 가면서 "카모메 식당" 촬영지에 찾아갔다는 얘기도 해줬고 여행 이야기를 많이 해줬던 한카이상은 교토에 자기 건물이 있는 건물주지만 빵집 알바해서 여행 다니고 주말에는 신칸센타고 요코하마에 있는 딸 네 집에 가서 중화요리를 먹고 오는 멋쟁이 일본 할머니다.


한카이상처럼 있어도 있는 척을 하지 않고 자기가 벌어서 자기 힘으로 사는 일본 아줌마. 누구에게 의지하지않고 구글에 의존해서 북유럽 여행을 해 낸 일흔 살 할머니. 나도 그렇게 일흔이 되고 싶다.


갑자기 생각난 한카이상 덕분에 "갈 수 있겠지. 이탈리아" 에서 "갈 수 있다. 이탈리아"로 제목 바꿔야겠다.

 "갈 수 있다.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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