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 로마!
여행 전, 미리 예약해놓은 택시 기사 아저씨가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딸의 영문 이름을 들고 서 있을 때의 표정은 "야, 너네는 왜 이렇게 늦게 나오는 거야. 이 사람들은 벌써 나와 있는데, 꾸물대고 있었어" 하는 뚱한 표정이었다. 해가 4시면 저버려서 이미 깜깜한 늦은 오후에 교통 체증이 로마라고 없을리도 없고 짜증이 났겠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47유로를 줘야 되는데 잔돈이 없어서 어쩌냐가 우리의 고민이었다.
미리 알아본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50유로 주고 3유로 받지 못 했다는 사람들의 말이 있어서였고, 함께 택시를 탄 한국 가족도 우리에게 "만약에 3유로 안주면 달라고 할 거예요"하고 야무지게 말하길래 3유로면 4,500원, 첫 날부터 4,500원을 그냥 팁으로 줄 수는 없지 경계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뚜한 표정과는 다르게 아저씨는 3유로와 함께 짐도 내려 주셨다.
에어비앤비 앞에 도착했으나 숙소에 들어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딸이 호스트와 몇 번 연락을 주고 받고 "마르코"라는 청년이 우리를 마중나와서 무사히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는 열쇠를 주면서 집안 사용법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돌아갔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알아들은 말은 "지금 이 건물은 200년 정도 된 건물이다" 는 말이었다. 마르코에게 "200년"은 연식 자랑이었다.
침대 뒷 면의 벽에 프린팅 되어 있던 판테온 건축물이 워낙 입체감있게 보여서 안으로 들어가도 될 것만 같았다. 해리포터가 교과서를 사러 들어갔던 "다이애건 앨리"처럼 나도 침대 뒷 벽면에 마법의 지팡이를 흔들면서 "판테온"하고 외치면 기둥 사이로 들어갈 수있을 것만 같았던 입체감있는 페인팅이었다.
아치형의 창틀과 판테온 신전 페인팅의 안 방 침실. 거실 벽 페인팅이었던 트레비 분수
200년 된 마르코네 에어비앤비는 로마에서 어디를 가야 되는지 답이 똬악 나오는 복선이었다.
로마에서 200년 쯤 된 건물은 어린아이 정도인거고 로마의 건축물들은 아치에 살고 아치에 죽는 아생아사이며 트레비 분수 정도는 거실 벽지로 발라버릴 만큼 가벼운 풍경이라는거다. 그리고 마르코라는 이름은 거리에서 큰 소리로 부르면 세 명 쯤은 돌아볼 수 있는 이름이라는거^^
안방 벽지였던 판테온은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이었고 이탈리아 3대 화가 라파엘로가 묻혀있는 곳이라니 딸과 내가 잤던 안 방은 그림일망정 신당과 남의 무덤 앞에서 잔거고 남편과 아들이 잤던 거실 트레비 분수 그림 앞은 그게 그림일망정 수맥이 쫙쫙 흐르는 자리에서 잔 거지만 우리가 지냈던 숙소에서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었던 "콜로세오"조차도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속에서 죽어 갔을지, 낮에는 관광객들의 소리와, 밤에는 죽은 자들의 소리없는 침묵이 무겁게 짓눌려지는 곳 또한 "로마"일것이다.
교토도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헤이안 시대 일본의 수도였기때문에 땅 밑은 대부분 무덤일거라고 어학연수를 하던 2018년에 YMCA 교토 어학원의 야마구치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 땅 밑에 유물이 너무 많아서 지하철도 단순한거라고 하셨는데 로마도 마찬가지다.
포로 로마노 (고대 로마 행정 중심지구)는 아직도 땅 아래 유적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도시가 크지도 않아 부지런만하고 발목만 튼튼하다면 "걸어서 로마속으로"를 찍을 수 있을 만큼 로마는 걸어다닐만 했고 지하철도 노선이 복잡하지 않아 하루 지나니 탈 만했지만 문제는 소매치기들이 지하철에 몰려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탔을 때도 외국인 나이드신 부부중 남편이 소리를 치며 사람들을 쫓아내는 걸 보기도 했고, 우리 가족의 경우에는 자동 티켓 발매기 앞에서 도와주겠다며 접근한 이탈리아 아저씨에게 1유로를 삥 뜯겼으니, 생각해보면 수법이 단순했다.
동전을 넣고 4 명 티켓을 사려할 때 1유로 동전이 자꾸 튕겨져 나가니까 이 사람이 옆에 있다가 자기 동전을 보여주면서 그걸 넣고 나머지를 너희가 넣어라는 손짓을 해서 고맙다고 하고 우리의 1유로를 줬는데 중간에 1유로가 다시 튕겨져 나가니까 그때부터는 야바위꾼처럼 요란한 손놀림으로 니 돈인지 내 돈인지 모르게 동전 바꿔치기를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1유로를 내놔라 그런 식이었다.
유튜브로 선행학습을 해 갔던 이탈리아 소매치기의 고전적인 수법을 만난게 아니라 요즘은 그런 방법도 쓴다는 것을 현장에서 알게 되었지만 1유로로 끝났음에 다행이다 싶기도 했고 이후로는 더욱 정신차리고 우리끼리 모든 것을 해결했으니 1유로의 수업료는 14박 15일동안의 좋은 학습 효과가 되어 주었다.
시차가 8시간 우리보다 늦기 때문에 오전 11시 비행기를 타고 13시간 날라왔어도 오후 6시가 안되었던 로마에서 우리의 첫 저녁은 피자가 아닌 k푸드였으니 그것은 앞으로 유럽의 주방에서 내가 삼시 세끼 중 두 끼, 어떤 날은 세끼를 하느라 순직할 뻔 했다는 고난의 복선이기도 합니다.
로마에서의 첫 날은 공항에 마중 나온 택시 기사 아저씨 잘 만나고, 숙소 오는 길에 야경의 "콜로세오"를 보면서 내가 드디어 로마에 왔구나를 실감하며 마르코 총각 만나 열쇠받고 판테온과 트레비 분수가 페인팅 되어 있던 에어비앤비에 무사히 들어가서 짐 풀고 잘 수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로마 1일. 멋진 시작.
2025년 1월 9일. "콜로세오"가 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