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이탈리아의 느긋함과 나의 직진본능
이탈리아로 여행 가기 전에 사서 읽은 "셀프 트래블 이탈리아"편에서 이탈리아 여행 전 많이 묻는 질문 10가지에 숙소를 나서기 전 가방 점검부터라는 항목에서 '뒤로 메면 남의 가방, 옆으로 메도 남의 가방, 앞으로 메야 내 가방'이란 말이 있었다. 유럽은 어디나 그런 건지, 첫 유럽 여행지였던 스페인에서도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실제로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2인 1조 소매치기에게 털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휴대전화와 물아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이탈리아 여행 십계명에 따라, 휴대폰 걸이와 카드 복제 방지 커버, 가방용 소형 자물쇠 등을 준비해서 14박 15일 동안 큰 사고 없이 보낼 수 있었던 건가 싶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은 게 옥타비아노 지하철 역에서는 자동 티켓발매기 앞에서 이탈리아 아저씨에게 1유로를 강탈당하기도 했다.
카드 자동발매기 앞은 줄이 어디나 길어서 현금으로 발매하는 곳 앞에서 티켓을 발권하려고 하는데 자동발매기 옆에 이탈리아 아저씨가 아니 그놈이 기계 옆에 딱 붙어서 "내가 도와줄 테니 얼른 돈을 넣어" 손짓을 했고 그걸 무시하고 우리가 가진 1유로 동전을 넣고 발권을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인식이 안되는지 동전은 자꾸 튕겨져 나가자 자기가 가진 1유로와 너희들 돈을 바꿔서 발권을 도와줄게 라며 그때부터 시작된 그놈의 현란한 야바위 꾼 같은 손놀림은 아래 그림과 똑같았다. 1유로의 현란한 밑장 빼기. 그리고 우리 뒤에 있던 이탈리아 한 패와 친근한 인사를 나누면서 우리를 은근히 안심시키던 그놈은 결국 4장의 티켓이 발매된 다음 "내 돈 1유로를 내놔"라고 했고 나는 K줌마답게 "노"라고 한마디만 했으나 길게 설명한 우리 딸의 말에도 그는 흔들림 없이 "1유로가 내 돈"이라며 달라고 했다. 소매치기가 가방을 터는 방법이 그렇게 다양해졌다. 내 가방에 손이 쓱 들어오지 않아도 돈을 빼가는 방법이 그렇게 다양해진 것이다. 참말로 정치만 아니면 우리나라 좋은 나라 맞다.
로마를 정리하고 피렌체로 넘어갈 때까지 내가 로마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매담"이었다. 진격의 거인이 아니라 직진형 한국 아줌마가 바로 나였던 것, 급하게 행동할 때 누군가 나를 제지하던 "매담, 매담"
그리하여 로마에서만 5매담쯤 찍고 피렌체로 넘어갈 때 더 이상은 듣지 않을 줄 알았던 매담의 결정판은 베네치아에서 들었으니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에서 공항 직원이 나에게 했던 "매담 매담 저스터 모먼 플리즈"
아니 진짜 저 아저씨, 누가 보면 내가 국제 수배잔줄 알겠어. 검색대에 한 걸음 빨리 나갔다고 그렇게 부를 일이냐 진짜. 하지만 이탈리아가 느긋한 건지, 내가 급한 건지 대부분 내가 들었던 매 담은 남보다 한 걸음 빠를 때 나를 제지시키던 소리였습니다. 말이 좋아 '매담'이지 '아줌마'지 '아줌마..
그렇게 느긋한 이탈리아여서 기차도 그랬나, 출발 5분 전에야 플랫폼을 알려주는 "날 잡아 잡수시든가"의 배 째라 정신에는 적응이 안 돼서 이러다 기차 놓치는 건 아닌가 똥 마려운 강아지 마음이 되었지만 기어이 우리를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으로 데려다주는 기차는 50분 연착에 출발 5분 전에야 플랫폼을 알려주는 과감한 면이 있어서 나를 더욱 허둥대게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트랜잇'에서는 출발하는 플랫폼을 미리 알려주지만 역에 있는 전광판은 '트랜잇'어플보다 늦게 알려주니 이탈리아에서 기차를 타실 분들은 미리 '트랜잇'을 깔아서 이용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안 그럼 뒤로 넘어갑니다.
기차 예약 방법 세 가지.
1. Trenit! 어플
2. 트랜이탈리아 공홈 EN - Trenitalia
3. 레일클릭 레일클릭 - 쉽고 빠른 유럽기차예약 (수수료가 있어서 트랜이탈리아보다는 비싸지만 쉽죠!)
하여간 5 매담 찍고 무사히 타게 된 트랜 이탈리아의 빨간 기차는 우리 가족을 싣고 느긋한 토스카나 평원을 달려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를 만들었고 메디치 가문이 남긴 유산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피렌체에서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쿠폴라가 바로 앞에 보이는 에어비앤비에서 3일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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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가문이 먹여 살린다고 생각한 피렌체에서 알게 된 것은 '소도 먹여 살리더라. 피렌체를'였습니다.
가죽으로는 가방이나 공예품을, 내장으로는 곱창 버거를 살로는 티본스테이크를 만들어서 파는 피렌체.
30분과 정각에 댕댕거리던 종소리는 시계를 안 봐도 몇 시겠구나 하는 짐작을 하게 했고 로마에서 끝난 줄 알았던 '매담'은 피렌체의 약국에서 1매담을 찍었으니 '지나갈테니 비켜주세요 매담'에서였다.
아니 나야말로 이탈리아의 매담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왜 5분 전에 타는 곳을 알려줍니까'
-피렌체 3박 후 베네치아로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