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에게 8월 15일은 종전기념일이고 우리나라는 광복절로 기념되는 날이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본 빵집 앞에는 광복 80주년 빵 특별 세일을 한다는 알림판이 붙어 있었다. 그 빵집이 아니었더라면 올 해가 광복 80주년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 탄핵 커피 무료로 하루에 200잔씩 돌리던 개념 빵집이라 좋아하던 빵집이었는데 광복절도 놓치지 않고 챙기는 빵집이다.
일본어 공부 때문에 나의 일상은 일드와 NHK에 맞춰진 미디어 생활인데 요즘 NHK 아침 방송 주요 내용은 8월 15일이다. 일주일 전쯤부터 원폭 피해에 관한 내용이나 히로시마가 등장하고 나가사키도 언급되고 있으며 점점 전쟁을 모르거나 잊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전쟁은 생각하기도 힘든 아픈 역사이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가해자로서 전쟁에 직접 참여해서 주변 국가들에게 끼친 잘못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로서 아픔만 남아 있는 피해자 코스프레의 전쟁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자원확보와 제국주의적 팽창 욕구의 결과물로 참여했던 전쟁에서 그들이 만약 이겼다면 우리는 일본 식민지로 아직도 살고 있었을 텐데 원자폭탄 투하로 천황이 패전을 선언해서 우리나라는 광복을 얻었고 '광복'이라는 뜻은 한자로 '빛을 얻었다'는 뜻이니 자기 나라를 잃고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으면서 사는 일은 빛을 잃어버리는 깜깜한 어둠 속에 사는 것과 같다는 뜻일 것이다.
참전자 기념 신사인 야스쿠니 신사에서 정치인들이 참배를 하는 행위가 논란이 되는 이유도 그들이 전범이면서도 마치 피해지인 것처럼 가서 참배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사자들은 피해자는 맞지만 피해를 준 나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국민 참전자들의 명복만을 비는 행위는 욕먹어 마땅한 피해자 코스프레가 맞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공납하거나 참배하는 일이 욕을 먹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야스쿠니신사에는 일본인만 있는 것도 아니라 징병으로 끌려간 우리나라 사람들도 있다.
식민지 시대에 끌려가서 피해자로서 전사했지만 야스쿠니 신사에서 일본 전쟁의 영웅으로 참배받고 있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옳지 않다 하는 것이고 일본에서는 일본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사람들로 추앙하는 것으니 야스쿠니 신사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입장 바꿔서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분들 중에 일본사람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그 사람이 원하지 않았는데 억지로 끌고 와서 6.25 전쟁에 참전시켜 전사해서 현충원에 안장됐고 정치인들이 공식적인 행사에서 현충원에 가서 참배를 한다면 일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고 생각해 보면 야스쿠니 신사의 문제가 이해가 된다.
NHK 아침 드라마는 시대극이 많아서 전쟁이 배경이 되는 드라마들도 많은데 '만푸쿠'라는 일본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 회사 이야기는 전쟁으로 먹을게 부족한 일본에서 영양실조인 자국민들을 위해서 영양이 많은 인스턴트식품을 만들어내는 발명가의 이야기였다.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더니 결국 컵라면까지 만들어내는 발명가의 이야기가 소재였지만 드라마의 끝까지 깔려있던 정서는 '전쟁으로 먹을게 부족한 일본, 굶고 있는 사람들, 미군이 점령했을 때 일본 사람들이 받았던 제약들'이 드라마에 많이 배치되었던 소재들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8시부터 8시 15분까지 드라마 보느라 아줌마들이 설거지를 하지 않아 '수돗물 잠시 멈춤'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 'NHK 아침 드라마'의 힘인데 스며들듯이 전쟁에서 피해를 본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드라마화되는 것은 결국 일본 사람들에게는 '전쟁은 나쁜 것, 우리를 힘들게 했던 사건'으로 남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혼자나 남편이 전쟁터에서 죽는 것은 아침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24년 'NHK 연속 TV 소설 호랑이에게 날개'에서는 여자 주인공의 남편이 전사하는 게 나오고 23년 방영되었던 "부기우기"에서는 여자 주인공의 남동생이 전사한다. 지금 하고 있는 '앙팡'에서는 여자 주인공의 여동생의 약혼자가 전사한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을 보여주는 드라마는 결국 그들이 피해자로 변하는 순간이다.
기억하고 상기시키는 것은 좋으나 정서는 피해자인것이 문제다. 분명히 전쟁은 있었고 우리나라는 8월 15일이 광복절이고 아직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는 열리고 있으나 가해자만 있고 피해자는 없는 상황인것.
이것이 문제인것이다.
ブギウギ / Boogie-woogie24)
虎に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