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속으로!

스톤헨지+코츠월드+옥스퍼드

오기가 어렵지 땅에 발 딛고 솥단지 걸면 세계 어디든 살아지는 게 인생살이 아닐까, 여행도 그렇고. 그러니 하와이든 일본이든 교포들이 자리 잡고 살 수 있었던 것이고 짧은 여행이지만 런던 공기 마신 지 3,4일 지나니 한 달 전부터 살고 있었던 것처럼 언더그라운드 타는 것도 자연스러워졌고 영국식 억양의 악센트 강한 영어가 듣기 좋아졌다.


스톤헨지+코츠월드+옥스퍼드

여행오기 전에 마이리얼트립에서 신청해 둔 현지투어 카드를 꺼내서 쓰는 날, 4일 차에 스톤헨지 투어를 신청해 두었다. 스톤헨지부터 옥스퍼드 대학교 투어까지 꼬박 하루가 걸리는 투어이니 현지 투어의 도움을 받아서 다니는 것이 낫다 싶어 신청했는데 이것도 복불복이 있는지 아침 모이는 시간부터 이상한 조짐이 있더니 결국 운전기사가 지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10명쯤 함께 모여서 가는 투어였는데 우리는 빅토리아라인을 타고 도착해서 일찍 도착해서 카페에서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모임 장소에 왔는데 뒷 시간에 같은 빅토리아 라인을 타고 오던 한 팀은 정체가 심해서 언더그라운드가 멈췄다는 연락을 가이드에게 보낸 것이다. 10분 일찍 나온 행운이었을까. 가뜩이나 좁고 사람이 많은 아침 시간대에 언더그라운드 안에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에서 현지 투어 특성상 기다려 줄 수 있는 시간은 최대가 10분이었으니 얼마나 그 사람들은 속이 탔을까 싶었다.


그런데 10분 이상은 기다려 줄 수 없다는 상황에서 늦었던 팀의 사람들이 그 시간 이상을 넘겨서 합류했지만 가이드가 출발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버스 기사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가이드의 말!

4년째 하고 있다는 현지 가이드의 말로, 네팔인 운전기사가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혹시 과로로 집에서 쓰러진 것은 아닌가 혼잣말을 했는데 악센트 강한 영어만 듣다가 조용히 혼잣말로 하는 한국말은 어쩜 그렇게 귀에 꽂히든지. 런던 출발 스톤헨지까지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데 기사가 펑크를 냈으니 가이드가 새로운 대체 기사를 구하는데 한 시간가량 지체되었지만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런던 사람들의 출근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괜찮은 시작이긴 했다.


스톤헨지 투어 후에 돌아와서 급하게 할 다음 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나는 마음이 느긋했지만 워홀로 왔다가 가이드가 됐다는 투어회사의 우리 한국 가이드씨는 4년 동안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위기상황이었지만 급하게 섭외한 한국 기사의 차를 타고 스톤헨지까지 우여곡절 투어가 시작되었다.


중국여행에서 졸다가 깬 눈으로 만리장성이 눈에 들어왔을 때 신기했던 거처럼 아무런 건축물도 없는 초록초록한 평원 위에 돌들의 무더기가 펼쳐진 스톤헨지는 살짝 실망스럽기도, 엄숙하기도 했지만 고창의 고인돌군조차 본 적이 없는 '안 본 눈 삽니다'의 눈 소유자가 나였으니 뭔가 뭉클함이 있었다.

20251028_110142.jpg 솔즈베리 평원 위의 스톤헨지

평원이라서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에 펑크를 냈던 네팔 기사는 스톤헨지까지 와서 한국 기사와 바통터치를 했으며 나는 그를 처음 봤지만 과로사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으니 외국에서 돈 벌고 사는 일의 어려움을 단 1년이었지만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의 이해심이었을 것이다.


원래는 둥글게 돌들의 군락이 있었던 것이 지금은 유실되어서 둥근 형태는 사라지고 남아있는 돌의 개수는 적었지만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 저게 가능했을까라는 경외심이 들었던 스톤헨지였다.


코츠월드 Cotswolds

그림책에 나오는 돌집들과 마을을 가로지르는 작은 개울들, 코츠는 양 우리, 월드는 언덕이라는 뜻이라니 양들의 우리가 있는 언덕 마을이었을 코츠월드는 영국 사람들이 은퇴 후에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코츠월드의 여러 마을 중에서 우리가 간 곳은 버튼 온 더 워터 (Bourton-on-the-Water), 마을 가운데 작은 개울이 있어서 코츠월드의 베니스라고 부른다지만 그럼 베니스에서 국제 항의 들어옵니다. 버튼 온 더 워터 주민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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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개울물을 베네치아와 비교하면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합니다. 물줄기가 많아서 길 대신 쓰고 있는 베네치아와 비교할 일은 아니겠지만 물 하나 흐르고 있는 게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는 것은 부정할 순 없다. 혼자서 지냈던 교토에서 집에 있으면 답답했지만 밖에 나와서 동네 가운데를 흐르던 시라카와를 보면 그렇게 마음이 평온해질 수가 없었으니 내 처방전이긴 하지만 동네에 깨끗한 개울물 하나, 우울증 약 보다 나을 수 있다. 평일이었지만 가을 방학 중이라 버튼 온 더 워터의 스콘 가게의 아르바이트생 얼굴이 썩어가는 게 보였지만 동네는 예뻤고 딸들의 평점은 스톤헨지보다 높았다. 5점 만점에 5점, 스톤헨지 3점. 돌들의 이유 있는 1패!


옥스퍼드

현지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옥스퍼드대학교였으나, 네팔인 기사의 질주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원체 좋지 않은 길을 운전해서 스톤헨지부터 버튼 온 더 월드까지 오긴 했지만 그 코스는 산길이라 그랬다 치지만 옥스퍼드까지 가는 길은 그냥저냥 원만한 길이었는데 멀미 나게 운전하는 네팔 아저씨, 문제는 돈이었다.


아침부터 함께 움직인 게 아니었으니 약속되어 있는 대로 돈을 지불할 수 없었던 가이드와 돈 문제로 이야기를 나눈 다음 그의 운전은 거칠어진 것이니, 나는 가이드가 기사에게 말하는 "아이 돈 싱크 쏘"를 들었고 옥스퍼드까지 가는 길은 그의 깎인 일당만큼 거칠어졌다.


멀미에 두통까지 겪으며 옥스퍼드대학교에 가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에 입장했을 때는 저녁 시간이었다. 옥스퍼드가 대학교육 시작해서 300년쯤 되었을 때 태조가 성균관을 만들었고 850년 되었을 때는 서울대학교가 개교한 비교치가 있으니 옥스퍼드에서 교수와 튜토리얼 방식이라는 1:1 ,1:2 수업 방식으로 수업할 때 조선시대 유생들이 집단 상소문으로 항소하면서 '주상 전하 납시오'가 복도에 울렸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일.

그렇게 차이 나던 클라쓰가 이제는 런던에서 아파트 노래가 들리고 골든이 들리는 시대가 되었으니 많이 애쓰고 산 나라, 대한민국 멋지다.


옥스퍼드에서 해리포터 영화 촬영했다는 표시로 미국 영화팀이 남겨놓았다는 해리포터 마빡에 있던 번개표시, 역시 미국은 돈의 향기를 아는 사악한 나라이긴 하다.

번개.jpg


퀴디치경기장으로 촬영된 크라이스트처치의 운동장, 하늘을 나는 빗자루는 없었지만 솔즈베리 평원처럼 넓게 펼쳐진 초록의 운동장은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의 경기가 생각나는 스팟이었으니 이만하면 좋은 투어였다 싶었습니다.


경기장.jpg


런던 시내로 들어오면서 더욱 난폭해진 네팔 아저씨의 운전을 박하사탕으로 달래며 스톤헨지 투어 마무리.

오전에 비가 왔다가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나는 잘 왔지만 뒷 사람에게는 같은 라인이 멈추기도 하는 언더그라운드에, 알 수 없을 것 같은 돌덩어리들에, 이상하긴 하지만 이런게 영국 여행 아닐까 싶었던 날의 투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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