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스콘 전쟁
런던에서 한 번은 마셔봐야 할 것 같은 홍차와 먹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스콘을 먹으러 '메종 베르타우스'에 갔던 날은 비가 하루 종일 세게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치지도 않는 상태로 '런던스럽게'내린 날이었다.
으스스하게 추운 기후 때문에 따뜻한 음료가 필요했고 최대 식민지 보유국 탑이었던 영국은 인도로부터 차를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날씨와 식민지의 시너지 효과로 만들어진 게 영국의 '홍차'문화였다.
하루 종일 스산한 영국의 날씨 때문에 따뜻한 음료가 필요했고 '인도'라는 공급처가 있었으니 영국의 홍차 문화는 그렇게 만들어졌겠지만 내가 홍차를 처음 마셔본 것은 중학교 3학년 때 교생 선생님 집에 갔을 때였다.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예스터데이'를 원어로 외우도록 가르쳐주셨고 실습 기간이 끝나갈 무렵에는 반 아이들 몇 명을 선생님 집으로 초대해서 홍차와 도넛 파티를 해 주셨다.
본 채와 떨어져 따로 뒷 채로 돌아가야 있던 선생님 방도 신기했고 처음 마셔보는 홍차의 떱떠름한 맛은 퉤퉤 퉤 하고 싶을 정도로 이상했다. 하지만 그게 도넛의 달달한 맛과 어울렸기 때문에 나에게 홍차는 도넛과 함께 먹는 차로 세팅이 되었고 그날 재미있게 놀다 온 교생선생님 집은 오래도록 홍차의 향처럼 남아있다.
소호거리의 유명한 스콘집 "메종 베리타우스"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사람이 만들었다는 스콘집인데 소호 거리의 유명한 집이라서 그런지 좁은 공간에 테이블은 빽빽했고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잠깐 기다리면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며 정중한 영어로 말씀해 주셨다.
보통 주문을 하면서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 대부분인데 이 집은 주문 따로 나가면서 계산 따로인 집이었는데
스콘과 홍차를 시켰더니 딸기잼과 클로티드 크림이 아기들 밥공기만 한 그릇에 한가득 나왔고 그냥 먹었다가는 밤고구마처럼 목에 칵하고 걸릴 것 같은 스콘이 나왔다.
'오른손으로 비벼도 되고, 왼손으로 비벼도 맛이 다르지 않은 팔도 비빔면'처럼 우리에게는 순서나 방향이 문제가 되지 않는 우리의 먹는 문화와 다르게 영국의 '스콘 먹는 방식'은 부부 싸움을 부르는 문제라고 하니 이건 마치 일본에서 후지산이 야마나시현거냐, 시즈오카현거냐의 문제와 비슷한 거 아닐까 생각했다.
면적은 시즈오카에 많이 걸쳐있고 사진 뷰와 등산로는 야마나시 쪽이 인기가 있으니 서로 싸울만하지만 그냥 이렇게 정리합시다!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와 후지산은 일본 땅, 독도는 우리 땅!!!
스콘 전쟁은 크림먼저냐, 잼 먼저냐의 문제로 시작된다.
스콘 위에 잼을 먼저 올리다니 그건 스콘에 대한 모욕이야. 당신 그거 친정에서 배웠어했다가 부인이 입 다물고 한 달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는 영국 남편이 있고 클로티드 크림을 먼저 올려야지 무슨 말이야!
시어머니가 틀린 거니까 당신 앞으로 내게 구워주는 스콘 먹고 싶으면 내가 하라는 대로 클로티드 크림 먼저 올려! 했다가는 시어머니와 틀어져 세대 간 싸움이 날 수도 있는 게 영국의 스콘 전쟁이며 며느리도 모르는 떡볶이 맛의 비밀처럼 할머니들이 지키는 자기만의 레시피가 있는 것도 스콘 맛의 비밀이라니 영국 사람들에게 스콘은 음식이 아니라 문화이며 자존심의 문제가 된다.
부부가 평화스럽게 스콘을 먹고 싶다면 결혼 초기에 합의를 해서 통일시키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 영국의 스콘 문화,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떠나기 전 식당에서 본 늙은 부부는 스콘에 잼 먼저 올리고 클로티드 크림을 올려 두 분이 같은 방식으로 먹는 것을 봤는데 스콘 전쟁에 대한 이야기들을 미리 공부했기 때문에 나의 메뉴보다 그분들의 먹는 방식을 타워브리지만큼 유심히 쳐다봤다.
책에서 보던 풍경들을 직접 봐서 좋은 것도 여행의 매력이지만 문화를 알아가는 것도 여행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요!
런던 떠나기 전 날, 동네 펍에서 어디 붙어 있는 지도 모르는 토트넘과 뉴캐슬의 축구 경기에 소리를 지르며 보는 그들 사이에 섞여서 진한 흑맥주 한 잔에 피시 앤 칩스를 먹고 여권에 기차 모양을 찍은 도장을 받고 런던 탈출, 파리로 5박 6일이 참 빠르게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