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생일을

튈르리 가든, 루브르, 개선문

오십 년 넘게 살면서 생일을 외국에서 맞아 본 것은 두 번이다. 2018년 가을과 2025년 가을

2018년 교토의 어학원에 다닐 때, 말레이시아 선교사로 교토에 파견되어서 어학원에 다니고 있던 내 짝꿍 '토상'에게 '토상, 오늘 제 생일인데 좀 쓸쓸하네요' 했더니 2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에 편의점에서 미니 케이크를 사 와서 축하를 해 주었다.


말레이시아 사람에게 축하를 받고 쉰 하나의 생일을 보낼 수 있었던 것과 센강에서 에펠탑을 보면서 생일을 보낸 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특별한 일이 되었다. 파리에서 생일을 맞이하다니...


런던에서 5일 지내는 동안 적응하지 못했던 시차도 파리에서는 수면 시간이 늘어가긴 했지만 여전히 새벽 4시쯤 머릿속에서 스위치가 켜지는 소리를 들으며 눈이 떠지는 아침은 괴로워도 받아들이는 수 밖에는 없었다.


파리에서는 새벽 4시지만 우리나라 시간은 오후 12 시일테니 돈 주고 자라고 해도 못 잘 시간이긴 하지만 함께 여행 간 두 딸들에게는 시차는 건너뛰어지는 항목, 그들에게 시차란 없었다.

현지 시간에 맞게 세팅이 되는 것이 젊다는 증거인지 아침 늦게까지 자고 느긋하게 준비해서 나가는 아이들과 일찍부터 눈이 떠지는 나는 유럽에서의 시차가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시차 적응이 여행에서 서로 극복할 숙제였지만 "7시까지 로비에 모이세요"라는 패키지여행이 아니니 아침 밥 해 먹고 여유 있게 나가는 우리만의 여행이 게으른 딸들과 다니기에는 어쩜 맞는 여행이었을 것이다.


파리 여행에서 준비한 것은 '뮤지엄패스' 4일권을 인천공항 1 터미널에서 수령해 왔고 '루브르 박물관' 개시


Commerce역에서 메트로 8번을 타고 Concorde역까지 가서 튈르리 정원의 초록 의자에 앉아서 물멍 한다는 파리 사람들 좀 보고 박물관으로 갔는데 뮤지엄패스가 있었도 예약은 필수다.

콩코도르 광장-튈르리 정원-오랑주리 미술관-루브르의 코스로 관광하면 동선이 절약되지만 오랑주리 미술관은 다른 날로 미루고 루브르 박물관만 예약해서 다녀왔다.


튈르리정원은 프랑스식 정원의 '대칭과 질서, 권력'의 공식이 도입된 계산된 정원 형태로 색종이 한 명에 물감을 짜서 접어서 펼친 데칼코마니처럼 반대편도 같은 모양으로 찍힌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도 그랬고 오스트리아 쇤부른 궁의 정원도 비슷한 형태였다.


자연을 건드리지 않고 최대한 활용해서 자연 안에 건축물을 스며들게 만드는 한국식 정원에 소쇄원이 대표라고 한다면 대칭과 질서로 자연조차 권력으로 다스리는 정원은 베르사유 궁의 정원, 쇤부른 궁전 정원, 튈르리 정원등이 있고 일본의 정원은 かれさんすい (카레산스이) [枯れ山水] 물을 쓰지 않고 돌이나 모래만을 배치하여 산수를 나타내는 정원 양식을 쓰거나 차경 정원을 쓰기도 한다.

99EE2C455C1CA8632C 은각사의 카레이산스이정원

은각사 스님 아저씨가 버선발로 정성스럽게 갈퀴질을 하면서 만들던 카레산스이정원을 은각사 툇마루에 앉아서 봤었는데 모두 자기 나라 정원이 정서에 맞다고들 하겠지만 유럽의 좌우 대칭 정원이나 일본의 자연축소, 카레산스이 정원은 스며들지 않는 건조한 느낌이다.


튈르리정원 초록의자에 앉아 남편의 대머리를 손으로 문지르며 열심히 아침 뽀뽀를 나누고 계셨던 프랑스 중년 아줌마, 봉쥬르. 저는 한국으로 와서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예약 시간별로 루브르박물관의 긴 줄은 프랑스가 관광 수입으로 벌어 들이는 돈으로 외국인 유학생의 주거지원비를 좀 더 지원해 줘야 된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달팽이 계단처럼 뱅글뱅글 돌아서 있었다.


지금은 유학생들의 주거비 지원제도로 한 달에 200유로쯤 나온다고 하니 방세 비싼 파리에서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 마크롱 정부가 계속해줬으면 하지만 끊길 수도 있는 정책일지도 모른다는 게 현지 유학생의 말이었지만 런던에서는 지불하지 않았던 입장료들을 파리에서는 열심히 내고 있으니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돌려받기를 바란다.


루브르박물관에서 본 니케, 승리의 여신 조각은 머리와 양팔이 없지만 날개를 펴고 나가는 역동성이 인상적이었고 박물관 벽에 쭈그리고 앉아 승리의 여신을 연필 스케치로 그리고 있던 초등학생들을 보면서 유명한 작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굉장한 혜택이라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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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박물관에서 버스를 타고 간 몽마르트르 언덕은 평지가 대부분인 파리에서 언덕에 있어서 파리 조망이 가능한 스폿이다. 피카소나 반 고흐도 작품 활동을 했다는 예술가의 성지답게 화가들은 아직도 많고 골목 곳곳에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아 셋째는 '엄마, 홍대 같아' 했던 곳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가짜 가톨릭교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식사 기도는 패스, 묵주기도는 길어서 제대로 못 하는 신자이지만 외국 여행을 오면 가톨릭부심이 살아나서 성당만 보면 들어가고 싶어 하는 병이 있어서 샤크레쾨르 대성당에서 2유로를 넣고 초 하나를 켜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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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보고 긴장했던 실팔찌군단 장사꾼들도 실제로 있었고 그들에게 '노 메르씨'를 하기 전에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어디에나 있는 강매들은 알아서 조심하는 것이 좋다.


8시간 시차가 나는 바람에 나 없이 한국에서 남편이 미역국을 끓여 먹으면서 축하를 해주었고 8시간 후에 파리에서 생일을 맞은 나는 생애 최초로 두 번의 생일을 보냈으니 이런 일도 살다 보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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