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

에펠탑이 딱 그랬습니다.

올림픽 기간에 파리 여행을 했던 지인은 '파리가 깨끗하고 노숙자도 없었다'라고 했고 2025년 11월에 파리를 다녀온 나에게는 파리와 수원역이 닮아 있었으니 더럽고 화려했고 노숙자들도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88 서울 올림픽 때도 노숙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집중단속을 벌여서 수용시설로 강제로 보냈던 것처럼 파리도 그랬다고 합니다. 도시 미관 정비라는 명목으로 임시 수용시설을 설치해서 강제 이송을 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송시켜서 일단 파리는 깨끗하게 했지만 지금 파리는 여전히 노숙자들이 많았고 화장실 유료 이용으로 노상방뇨를 하는 젊은 남자까지 보고 왔으니 빛나는 에펠탑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지만 현실적인 도시 문제를 안고 있는 복합적인 곳이 '파리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 성동일이 운전하고 가다가 갑자기 찾아온 신호로 화장실을 찾아 헤매다 문이 닫혀있는 화장실 문 앞에서 절망하며 '서울은 누가 똥도 훔쳐갈까 봐 화장실 문을 닫아 놨다고' 화를 내던 장면이 있는데 파리도 누가 똥을 훔쳐갈까 꽁꽁 문을 쳐 닫아두었다며 욕이 나올법한 도시이긴 합니다.


오히려, 런던이 화장실 아량은 넓었던 것 같습니다. 킹스크로스역처럼 큰 역은 화장실도 개방이 되어 있었고 딸과 함께 화장실을 빌려 썼던 어느 기관은 원래는 안 되는 곳이었는데 짧은 영어로 부탁하자 긴 영어로 친절하게 쓰라고 해 주셨던 경비원 아저씨가 아직도 기억이 날 만큼 위급한 상황에서 나를 구해줬던 사람들은 기억이 오래 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파리는... 겨우 6일 있어놓고 60년 산 것처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맞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경험했던 파리는 '밤이 아름다운 도시였고, 인상파 화가들이 좋아할 만한 도시'였습니다. 런던보다 살짝 낮 길이가 길었고 날씨는 런던보다 따뜻했으니 화가들이 그림 그리기가 영국보다는 훨씬 나았을 테고 파리에 산 다는 자부심은 남성형 'Parisien-파리지앵'과 여성형 Parisienne-파리지안느'로 문화와 패션적인 느낌으로도 표현하여 프랑스 사람과 파리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표현했으니 교토 사람들이 3대가 교토에서 대를 이어 살지 않았다면 교토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는 '교토부심'과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습니다.


교토부(京都府)에 속한 우지시에 사는 사람들은 교토 사람으로 쳐 주지 않는 교토인들의 똥고집과도 비슷한 면이 파리지앵들에게는 있어 보입니다. 맛과 멋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동네라서 그런지 파리에는 음악으로 유학온 우리나라 학생들이 많아서 함께 파리로 여행을 간 둘째는 6일 있는 동안 나흘을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왔고 낮에 우연히 길에서 밤에 본 선배를 동네 사람 보듯이 본 적도 있을 만큼 한국 학생들이 많이 나가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파리에서 "일찍 들어와" 소리를 네 번 했더니 우리 집이 수원인지 파리인지 밤에 헷갈렸지만 에펠탑이 빛나고 있는 한 파리의 밤은 수원보다는 아름다웠다는 것! 은 부정할 수 없네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생트 샤펠 성당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마리 앙뜨와네트가 있었다는 콩시에르주리 감옥과 에펠탑으로 소풍을 간 날도 날씨는 좋았습니다. 여행 계획에 들어 있던 '에펠탑으로 소풍 가기'를 실행하려고 까르푸에서 미니 와인을 사고 중국 아줌마 3인방이 하는 반찬 가게에서 먹을 것을 사서 버스를 타고 에펠탑 근처에서 내렸을 때, 낮에 본 에펠탑이 큰 열쇠고리처럼 보였어도 봐줄 만했습니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45147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MTegriZl2Xn2x6R5Hx9NqJQJkRc%3D 에펠탑 앞 소풍

하지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딱 알게 되는 순간이 소풍을 즐기는 동안 알게 되었으니....


바로 쥐-.- 천지에 먹을 것 싸들고 소풍 나온 사람들이라 에펠탑 주위에는 쥐들이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바스락거리는 게 다람쥐나 청설모인 줄 알았으니 이를 어쩔 거야. 정말.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계속 얼쩡거리는 쥐를 쫓으려고 옆 벤치의 외국인 아저씨가 발걸음으로 쫓아도 잠시뿐, 원래 에펠탑은 사람의 것이 아닌 쥐와 비둘기들의 삶의 터전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부스러기를 먹고사는 먹이사슬이 존재하더라고요.


하지만 파리 체크인 첫날, 멀리서 반짝이던 감격스러웠던 것도 에펠탑이었고 낮에는 쥐와 비둘기들에게 양식을 제공하며 커다란 열쇠고리처럼 보이는 것도 에펠탑... 맞는 거지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 에펠탑에서 잠시 삶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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