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5개월

남편의 월급이 오늘 들어오는 날이다. 퇴직하고 한 달 쉬었다가 나간 직장이 벌써 5개월 차가 되었으니 어지간한 일이 없다면 남편의 성격상 꾸준히 다닐 거라는 확신이 든다. 나처럼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직장 내에서 불편한 사람이 있더라도 본인이 참지 상대와 한판 붙는 사람은 아니니 그는 어지간하면 지금 직장을 잘 다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해 왔던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단순한 일을 택해서 하고 있고 시간도 6시간의 일이라서 급여는 적지만 남편은 만족하며 일하고 있는 것 같다. 급여가 들어오면 자기가 쓸 용돈 50만 원을 덜어놓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이체해 주는데 그것은 퇴직하기 전과 같은 우리만의 규칙이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 간의 세대 차이나 사고의 차이가 커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있었으나 자기만의 색깔이 별로 없이 사람들 사이에 스며드는 것을 잘하는 친화력으로 퇴직 후의 직장에 적응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았으나 아마 남편은 살짝 몸살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이 벌써 5개월. 50만 원을 남겨놓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이체해 주고 남편은 다음 달에도 월급을 탈 것이다. 공무원 33년 후 새로운 직장 5개월 차의 중년 남자의 생활력이 모두 내 남편 같지는 않다는 것을 모임에 가서 알게 되었다.


일주일에 두 번만 출근해서 월급을 받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 일찍 퇴직 후 조금 일하다 지금은 쉬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 퇴직 후 남자들의 마음이 모두 다 같지는 않은 것 같다.

나도 2029년 2월에는 퇴직을 하지만 지금 마음으로는 퇴직해도 일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으니 쉬고 싶어 하는 남자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5개월째 월급을 새롭게 타고 있는 남편이 대단하다 싶다.


브런치에 누레오치바(ぬれ落ち葉)에 관한 글을 쓴 적도 있긴 하지만 남편이야말로 젖은 낙엽이 아니라 밟으면 소리가 나는 갓 떨어진 낙엽처럼 생동감 있게 직장에 나가고 있으니 그의 월급이 직장 다닐 때 보다 더 감사하다.


어제는 남편의 고모님이 돌아가셔서 두 시간 걸려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장례식장으로 가서 조문을 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 중에서 부부가 함께 온 사람들은 우리 부부밖에 없었다.


몇 년 만에 보는 남편의 친척들이라서 나도 어색하긴 했지만 내가 함께 있어주는 것이 훨씬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남편의 기가 살아 보였다.


날은 추웠고 오는 길에 내가 물어봤다.

"지갑에 돈 많이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내가 함께 가준 게 더 든든했지"

"그래, 고맙더라"

남편의 한마디에 이제는 내가 누 레오치바가 되어줘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습니다. 궂은일에 혼자 보내지 않고 함께 따라다니며 동행해 줄 수 있는 남편의 누레오치바로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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