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은 삶

성당에서 나눠 준 달력을 두 개씩이나 갖다 놓았지만 2026년을 기다려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애들 키울 때는 일 년이 그렇게도 안 가더니 오십이 넘어서는 한 해가 가는 것에 속도감이 붙어서 이젠 무섭기까지 하다. 셋을 키우느라 외출할 때 엉겨 붙는 아이들 때문에 제대로 화장대에 앉아서 눈썹을 그리지 못했던 시절에 나는 생각했었다.


"언제 눈썹 한 번 제대로 그려보나"


사실 그때는 그리지 않아도 눈썹이 진했고 숱도 많아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나이였지만 아이들은 그걸 못 하게 항상 울었다. 돌도 안된 셋째가 울면 두 살짜리 둘째가 따라 울었고 마음 약했던 큰 아이는 동생 둘을 보면서 함께 울었다.


애들이 하도 예뻐서 더디 컸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손 발을 묶어 놓는 것 같은 세 아이의 압박감에 우리 아이들은 언제 크나, 한숨이 나왔었는데 돌아보니 아이들은 어느새 커서 집에는 둘째만 우리랑 함께 지내고 둘은 나가 있으니 아이들은 크고 어른은 늙게 마련이다. 그걸 모르고 안달복달하다가 벌써 이런 나이가 되어버렸다.


눈썹 그리고 속눈썹을 붙이더라도 시간이 남고 누가 나를 방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집이 되어 버렸다.

30년 지나니 이런 자유가 왔지만 이제는 스스로 시간을 잘 써야 되는 시기인 것 같아서 1년을 생각해 봤다.


올해는 좋아하는 여행을 1월과 10월에 두 번이나 자유여행으로 유럽을 다녀와서 좋았고 구몬 학습지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도 잘한 일이었다.

일본어도 꾸준히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 공부하고 있으니 8년째 같은 패턴으로 공부하고 있는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사자에상'을 들으면서 설거지를 하는 것도 5년 이상 된 습관이다.


스크린샷_11-12-2025_202158_search.daum.net.png "사자에상"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마음을 가볍게 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사람을 미워하지 않되, 미움받을 용기는 태도에 지닐 것.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마음가짐이다. 앞으로 그렇게 살고 싶다.


일주일에 두 번 필라테스를 3년째 하고 있는 것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소중한 습관이다.


티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였으니 이제 9년 차에 들어가고 브런치는 2019년부터 시작했다. 글도 계속 쓰고 정리를 하니 좋은 습관으로 남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일을 좋아하니 살아있는 한 꾸준히 할 일 하나는 글쓰기이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니 지금 하고 있는 합창 활동도 할 것이고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가 아니라 내가 돈이 없지, 취미가 없냐가 내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꽤 괜찮은 삶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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