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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こうべ [神戸] 차이나타운 ​

- 인천 차이나타운 자장면, 외갓집 자장면, 神戶차이나타운

지난 편에 올렸던 "한중원" 자장면 이야기는 사실 시작은 인천의 차이나타운이었다.

수인선을 타고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서 100년 되었다는 공화춘의 자장면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내 기억 속의 외갓집 "한중원" 주방장 아저씨가 수타로 면을 뽑는 것만 보고, 먹어는 못 봤던

슬픈 자장면 이야기

그걸 쓸려고 했던 게 아니라 2018년 9월에 갔었던 고베의 차이나타운 이야기를 쓴다는 게 그렇게 된 거다.


중간에 한눈팔지 않고 왔던 길로 돌아가거나, 한 가지 일에 집중해서 골똘히 몰두하거나, 그런 면에 취약한

산만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글쓰기다.

국민학교 4학년 때 통지표에 담임이 써놓았던 '주의 산만" 네 글자가 어쩜 그렇게 딱 들어맞는지

하지만 4학년 때 엄마한테 보여주기 전에 통지표를 열어보고 "주의 산만"이라는 한자의 뜻을 몰라서

담임이 나한테만 써준 특별한 칭찬인 줄 알았었다.

산만이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멋진 느낌이었고, 어쨌든 4학년 때의 나는 공부도 잘했던 아이였으니

칭찬이라고 넘겨짚어서 생각했던 것이다.

부모에게 보내는 자녀의 흉이라는 것과 함께 주의 산만이라는 네 글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을 때

그때의 담임을 생각해보니, 그분도 썩 좋은 선생님은 아니었다.


같은 반의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그 선생님이 전에 계셨던 학교의 소사였었는데

지금에야 학교 공무직이지만 그때만 해도 어린 우리들도 소사 아저씨라고 불렀었다.

소사 小使こづかい (코즈까이) 였던 아저씨가 학교의 잡무를 해주셨고 일본말인 줄도 모르고

소사 아저씨라고 부르던 그때, 내 친구는 아마도 자기 아버지가 소사 아저씨였다는 게

부끄러웠던 것 같았다.

딸이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 기차를 타고 가야 되는 학교의 소사 아저씨였으니 내 친구는 본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빠가 소사 아저씨인 줄 아무도 모를 거라고 안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담임이 우리가 모두 보고 있는 데 내 친구를 불러서 너네 아버지 소사 아저씨 맞지

내가 근무했었던 그 학교에 계셨던 그분 ooo

이래 놨으니, 4학년 여자애가 안 울고 배길 재간이 있나

그때 우리들도 모두 시골에 살고 있어서 농사짓는 아버지들이 대부분이었고 직장을 다니는 아버지들은

드물었는데도, 어린 마음에도 학교의 소사 아저씨는 부끄럽다고 생각했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가뜩이나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해서 성격도 위축되어 있던 소심했던 내 친구를

기어이 울게 만들었다.

어렸지만, 내가 생각해도 담임이 참 비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산만이라는 단어는 몰랐지만 비겁하다는 심오한 뜻은 알고 있었는지, 담임이 한심하고 비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울고 있던 친구를 달래줬었다.

주의산만이 비겁한 것보다는 낫다.



고베는 9월에도 더웠다.


1995년 1월에 발생했던 (阪神, 淡路大震災) 한신, 아와지 대진재로 기억되는 코베 대지진은

오사카와 교토까지 피해가 번졌지만 유독 코베 쪽의 피해가 컸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코베 대지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淡路(아와지)- 담로라고 쓰고 아와지라고 읽는 아와지 섬이 진앙지였고 아와지 섬과 코베의 단층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아와지 섬에서 일어난 지진이 단층을 타고 코베로 전달되어 대지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와지에서 발생, 익스프레스로 코베에 전달된 시스템이었다.

코베는 1995년 전에는 큰 지진은 겪지 않은 안전한 도시였다.

근 400년 동안 지진이 없었기 때문에 내진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 지어진 건축물들이 많았고

그로 인한 피해가 컸던 것이다.

내진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 지어진 건물들이 피해를 많이 입었다.

코베대지진을 방송에서 영상으로 보여줄 때 대표적으로 보였던 고가도로가 옆으로 누운 모습도 내진기준이

강화되기 전의 구조물이었기 때문에 고가도로가 대나무 마디 툭 끊어지듯이 부러진 것이다.


교토에는 없는 고가아래 상점가야 말로 코베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코베는 항구도시였기 때문에 옛날부터 서양의 문화를 일찍 접할수있었고 지금은 레트로라고 불리는

서양풍의 것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인관(異人館)이 대표적인것이라 할 수 있다.


이인관 "풍향계의 집" 일본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와서 사진 찍는 포인트다


코베는 패션의 도시이기도 한데, 아가씨풍의 패션하면 코베다.

교토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교복을 초미니로 줄여입는 게 유행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반대로

코베에서는 긴정도가 아니라 아주 길게 입는 스커트가 유행이어서 그 후에 교토에서도 멋쟁이 고등학생들은

코베의 패션을 따라 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패션하면 코베고, 가죽 제품이 유명해서 신발이나 코베규로만 알고  있는 코베의 이미지에

패션을 추가해도 좋을 것 같다.


코베의 차이나타운에서는 무얼 먹었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이인관 아래, 잘생긴 서양 남자가 써빙을 하던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이인관의 소프트아이스크림집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풍향계달린 집 앞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을 보면서

코베 여행을 2018년 9월에 했었다.


전철을 기다리면서 니쿠만을 사먹었었고, 혼자서 갔던 삿포로 다음으로 멀리 갔던 일본 국내 여행이었다.

지나간 것은 다 그립다.

차이나타운에서 나던 중국냄새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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