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はなみ (花見) 하나미
그저 봄이니까 피나보다
꽃들을 전지적 계절적 시점에서 봤을 뿐, 특별한 감흥같은건 없었는데
"봄이 되었으니 봄 꽃을 보러 가야겠어"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건
나이듬의 영향인가 싶기도 하고, 3주 정도 골골 아팠던 보상심리였을수도 있다.
はなみ (花見) 하나미는 일본에서 벚 꽃이나 봄 꽃을 보면서 봄이 오는 것을
축하하는 일본 사람들의 계절 행사이다.
서민들이 꽃놀이 즐길 여유가 없었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테니
먹고 살 만한 귀족들이 즐기던 행사였던 것이 전국민의 연례 행사가 되었을것이다.
지역에 따라 개화시기는 다르지만 보통 3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4월 중순까지 꽃을 볼 수 있으니 4월로 시작되는 일본의 입사 시기와 입학시기에
맞물려 신입사원이 부서원들의 はなみ (花見) 하나미를 위해서 벚꽃 명소에 돗자리를
얼마나 잘 까느냐에 따라 일본 라떼 아저씨들 신입사원때의 역량 평가였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우소)은 아닐 것이다.
라떼는 말이야로 끝날 수 있는 벚꽃명소 돗자리 깔기는 거짓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벚꽃을 보고자 하는 일본인들의 하나미에 대한 마음만은 진심이다.
일본인들이 습관처럼 쓰는 말 중에 うそ [噓]우소 (거짓말)이 있다.
약간 부풀려진듯한 이야기나 자기가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으면 특히 여자들이 하는 말이다.
보로니아 빵집 하마다상도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우소~ 라고 했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경우
하마다: 고상은 피부가 왜 그렇게 좋아요? 김치를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화장품을 좋은 걸 쓰나요?
나 : 저는 김치 좋아하지 않는 한국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주 싼 스킨 로션 썬크림만 발라요.
갑갑해서 처발처발을 못합니다.
하마다: 우소^^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어 중에 한정 期限限定 (きげんげんてい)키겐겐떼이가 있다.
기간한정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파는 상품들이 콤비니부터 백화점까지 많이 있다.
짧은 순간에만 팔리는 상품이라 손이 갈 수 밖에 없는 심리를 이용해서 물건을 파는 걸 보면
타고난 장사꾼이 일본 사람들이긴 하다.
조수석 시트 윗쪽 천정에 붙은 손잡이도 일본 사람들이 처음 생각해 낸 거라고 하니
사람 마음의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들어 판매로 연결시키는 기술이 대단하긴하다.
차가 커브를 돌거나 할 때 자기도 모르게 잡게 되는 조수석 윗 쪽의 손잡이는
잡을 때마다 느낀다.
" 얼마나 잘 만든 손잡이인고"
벚꽃 구경은 계절이 주는 기간한정 상품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꽃이 피는 며칠 동안 사람들은 홀린듯이 밖으로 나가서 꽃 구경을 하는 것 아닐까
2019년 엄마,며느리,아내,주부,우리 엄마 딸, 내 동생들의 언니,누나,성가대 알토 중심 음잡이
모든 걸 내려놓고 내 이름 세 글자만 들고 갔던 교토는 4월 2일 도착했을 때
활짝 핀 벚꽃과 지기 시작하는 벚꽃이 공존된 상태였다.
2019년 4월 8일
교토 우지로 소풍을 가서 찍은 사진이다.
벚꽃의 품종이 우리나라와 다른 약간 붉은 빛이 도는 겹사쿠라였다.
꽃은 저렇게 화려하게 피어있었으나 날씨는 쌀쌀해서 오후에 교토역 앞에 있는
요도바시 니토리에 가서 전기장판을 찾았는데 계절상품이라 이미 들어갔다고 해서
절망했던 날이었다.
전지적 계절시점에서 꽃을 대하던 마음이,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돌아서서
남도로 꽃구경을 나섰다.
구례 화엄사 (홍매화)-산수유마을(반곡마을) 산수유-쌍산재(홍매화,매화)-운조루(동백)-광양 매화마을
남도는 꽃 잔치마당이었다.
화엄사 홍매화도 피었고 산수유 마을도 밝은 노란색 무리를 이루었고
쌍산재는 매화나무,홍매화,동백이 매화마을에는 매화꽃이 온 산에 피어서
꽃들의 잔칫날이었다.
저렇게 많은 꽃들을 하루에 다 보다니
거짓말같은 하루였다.
3주동안 아팠던 보람이 있었다.
안그랬다면 남도로 꽃 구경 올 생각도 하지 않았을거고
하루를 수원에서 뭉그적대고 있었을텐데
생명이 기간한정이듯, 꽃도 기간한정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시작하는 봄을 알리는 꽃들의 잔치에 나도 끼고 싶었던거다.
기간한정이 주는 특별한 꽃잔치, 하나미はなみ (花見)
나를 위한 하나미는 옳은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