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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봉봉 Apr 14. 2024

11년만에 본 토익

인터스텔라의 책장 뒷 편으로 온 기분

11년만에 토익을 봤다.


# 갑자기?

우리 회사는 워낙 옛 회사인지라 1년에 한번 토익 점수를 내면 득점에 따라 가산점을 준다.

10년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단 한번도 낸 적이 없었는데

옆자리에 앉아있는 야무진 후배가 토익성적표를 출력하면서 

5월까지 점수를 내야 이번 텀에 가산점이 올라간다고 얘기해줬다.

아니었음 난 이번에도 내지 않았을 듯...


# 공부해야지

막상 신청은 했는데 당장 열흘 뒤.

그래도 공부하는 시늉은 해야지 싶어서 기출 문제집을 하나 사서 푸는데

생각보다 잘풀리는 것!!

히야 그래도 감이 아직 살아있구나 하고선 안도하며 풀었는데..

시간이 터무니 없이 모자라는 것을 보고 1차 위기감을 느꼈다.

그리고 채점을 하는데..

당연히 다 맞췄을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쑥쑥 틀림. 2차 위기감.

그렇다. 

11년만에 보는 토익은 절대 만만하게봐선 안될 것이었다...

일주일은 열심히 주경야독을 해야지~~했다가

그 때 풀어본 그 모의고사를 끝으로..

더이상의 공부를 하지 못한채 시험날이 오고야 말았다.

심지어 리스닝은 풀어보지도 않았음 허허.


# 두근두근 시험 보는 날

시험장은 우리 동네의 한 중학교.

공부도 안한 주제에 시험날 아침이 되니 눈도 빨리 떠지고 설렜다.

교정을 둘러싼 돌담길을 빙 돌아 교문을 향하는데 

내가 다녔던 학교도 아니면서 이미 추억 속을 걷고 있었다. (파워 NF)

중학생이던 나의 등교길, 아침에 오르내리던 계단, 복도..

잠시나마 인터스텔라의 책장 뒤에서 바라보듯

중학교 시절을 다시 들여다보는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봤는데..

아니 왠 늙은이가 걸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억의 강에서 빠르게 빠져나왔다.


# 고사장 내 최연장자

고사장에 앉아있자니 다들 학생, 취준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별 생각은 없었는데

신분증을 검사하던 검사관이 급 공손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두 손으로 준다던가..물론 완전 기분탓이었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20대의 나는 토익 시험장에 나이 지긋이 드신 분들이 와있는 걸 보면서

'참 열심히 사시는구나. 보기좋다.' 하면서 괜히 흐믓해했던 것 같다. (파워 NF)

그 열심히 사는 사람이 이제 내가 된 것이다....

또 다시 인터스텔라 책장 뒤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 11년은 긴 세월이었다

시험은 어려웠다.

겨우 제 시간에 다 풀었고 (다시 들여다볼 여유는 전혀 없었음)

아차하는 순간 지나가버린 듣기 지문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2시간 동안 집중해서 가열차게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이제는 좀 힘들었다. 나중에는 정신이 좀 혼미했음..

시..세월은 정직하다...

하지만 간만에 시험을 보니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만약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심심할때 한번 더 봐야겠다 훗.


나름 즐거웠다구. 간만에 공부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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