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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봉봉 Oct 22. 2019

퇴근해야 하는데.

따아를 다시 주문하게 되는 이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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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퇴근한 텅 빈 사무실.

회사에 오지 않고 살면 참 좋겠다고 매일 생각하지만, 

오늘따라 홀로 사무실에 남아있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조용하고, 왠지 아늑한 기분마저 드는 것.

할 일이 많긴한데 일은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고,

그렇다고 퇴근하자니 귀찮고.

그래서 그냥 있다.

엉덩이에 본드라도 바른 듯 하다.


창 밖을 바라본다.

이젠 거리에도 사람들이 없다.

다들 퇴근길도 넘어서 집에서 쉬고 있을 시간이다.

더더욱 발이 무겁다.

엉덩이가 붙는다.


스산한 퇴근길은 때로 고독하다.

회사의 텅 빈 복도를 걷고,

회색빛 인도를 지나,

지하철을 기다리고,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을 내리고,

다시 회색빛 인도를 지나

집으로. 집으로.

멀기만 한 것 같은 퇴근길이 유독 고독하게 그려진다.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는 것도 피곤하다.

그냥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다시 시키는 이 계절이 고독한 것인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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