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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원 Oct 27. 2021

허탕쳤지만 즐거웠던 인터뷰

말은 항상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일단 오늘 인터뷰는 글러먹었다.

"나 이런 사람이야. 내가 대신 내 배를 째 주마... 

 내 머릿속은 이렇게 생겼어. 뚜껑 열어줄게... "


내 단점을 여지없이 드러내놓고 말았다. 깨끗하게 잊어 버리자.


하지만 답변 하고 질문하는 순간은 즐거웠다.

내 본 모습을 여과 없이 말하는거였고, 그게 그 자체로서 열정적이였고 스스로 희열을 느꼈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의 귀는 열려 있었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냥 그런 사소한 것들이 느껴졌고 말하는 내내 신났다.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는 사람과의 인터뷰는 으례 피곤하다.

내 속에 있는 것들을 다 표현할 수 없고, 필요한 것들만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듣는 이의 인내심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말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다.

뻔한 이야기들, 교과서 같은 이야기들, 다 하는 것들을 내 나름의 진정성으로 표현 해도 지겨울 수 밖에 없다. 공감해 주지 않으면 뻔한 사건들 속에 숨어있는 나름의 깨달음이나 의도를 끄집어 낼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누군가가 내 독자가 되어 주고,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주고 했을 때, 설령 하루를 허탕 치는 날이었다 하더라도 그냥 즐겁다. 물론 내 말을 들어주는 입장에서도 하루를 허탕쳤을 게 뻔하지만 말이다.

미안한 감정 쬐금.


그런데, 왜 또 인터뷰를 했나....


올 한해는 그냥 스타트업 투어! 아니~ 쇼핑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옷이 나에 맞는지는 만져 봐야 하고 입어 봐야 한다. 안 맞으면 빨리 벗어 버리고 다른 옷을 골라야 한다.

하지만 회사는 그게 쉽지 않다. 입사와 퇴사 절차가 까다롭고 자리 세팅과 인프라 교육 등등 필요한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 들어가면 자신에게 맞지 않더라도 몇개월에서 몇년을 버티고는 한다. 나름 인내 하면 얻어내는 교훈이 있고 배움이 있겠지만, 그것도 한두번이면 족하다. 그런 인내심을 오랫동안 키워 왔고 더이상 배울게 없어진 노땅은 그저 오래 입을 잘 맞는 옷을 찾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회사를 들락날락 거린다.


쇼핑은 어렵다. 예산도 맞아야 하고 계절도 맞아야 하고 체형에도 맞아야 하고 제품이 좋아야 한다.

내가 물건을 살 수 있을 지, 매장이 내게 물건을 내어 줄 지는 직접 가 봐야 알 수 있다.

원하는 옷을 찾을 수 없거나, 살 수 없는 가격일 때 좌절감을 느낀다.

하지만, 나랑 맞지 않아도 한참을 보게 되는 그런 옷들도 있다. 그냥 눈이 가는 그런 옷.


그래서 쇼핑은 피곤하지만, 가끔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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