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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원 Oct 07. 2021

스타트업 정신 : 에라 모르겠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하는데 까지 해 보자"를 뇌되인다.

기반 없이 열정과 아이디어 만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은 나처럼 대기업에서만 20년 가까이 일한 사람에게는 혼돈 그 자체였다. 스타트업도 스타트업 나름이라 생각해 보고 몇군데 옮겨 다녀 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기업에서 넘어온 경력자 들은 어디서 부터 일을 시작해야 하고 어디서부터 프로세스를 손대야 할지 모르는 그런 상황에 빠지기 일쑤였다. 그냥 스타트업 환경에 맞는 가벼운 프로세스를 새로 고안하지 않으면 도무지 결론을 끌어낼 수 없었다. 무겁고 군더더기 많은 방법론과 프로세스를 소화 못하고 뱉어내기 일쑤였다.


그런 환경에서 몇개월 지내면서 나름 적응하기 용이한 방법을 찾았고, 그 방법이란 것은 다소 무책임한 소리로 들릴만한 것이었다.


그것 바로...

"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일단 해보긴 하겠는데... 나도 모르겠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을 지우는 것이, 내가 속한 조직에서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미래의 모습으로 부터 한발짝 뒤로 물러서야 했고, 현재 벌어지는 일들에만 집중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그렇게 시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미래의 걱정은 그저 짐일 뿐이었고, 현재 만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쏟아져 내렸다. 예상되는 실패는 경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값비싼 수업으로 남겨둬야 했다. 내 경험 때문에 그들이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막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이방인 처럼 그들의 어리숙함을 모른체 해야 했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 보다는, 현상에 더 집중하고, 문제 해결에 더 집중 해야 했고, 불안감과 혼돈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라도 결과에 대해서만큼은 좀 더 무책임 해 져야 했다. 부담감을 던져 버려야 과감해 질 수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모든걸 내려놓고 가볍게 움직여라!" 였다.

제어 불가능한 미래의 결과에 대해 집착을 버려야 했다.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이 말 만큼 마음을 가볍게 만드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이 말 만큼 내가 불안과 긴장감으로 소모했어야 할 에너지를

창의성으로 돌릴 수 있는 강력한 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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