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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Jul 26. 2016

오직 이곳이 세상의 끝

인도 바라나시의 위로길

10여 년 전,
처음으로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성장해 가는 한 여행자의 모습을
담고자 했습니다.




도대체 바라나시에는 

무엇이 있나요?


“그곳에는 세상의 어떤 강하고 비교가 불가능한 강이 있어. 음... 그러니까, 정말 미치도록 짜증이 나거나, 머리 뚜껑이 열릴 정도로 화가 나거나, 정말 온몸의 수분을 다 쏟아낼 정도로 울어서 탈수증상이 날 것만 같은 우울함과, 별 것도 아닌 일에 엄청난 행운을 얻은 것처럼 극한의 즐거움과 기쁨,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두려움, 아무것도 알려진 사실이 없는 죽음에 대한 막막함, 또 뭐가 있냐? 여하튼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극한의 감정, 그러니까 감정의 바닥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 그런데 인도, 특히 바라나시에서는 그런 지독한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거든.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끝을 말야. 예를 들어 지독히도 짜증나는 인도인들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만나면 내 인간성의 바닥을 보게 되지. ‘내 인간성의 바닥은 이게 다였어?’라는 사실에 놀라게 돼. 인도는 끊임없이 우리의 감정을 가지고 실험을 하게 만드는 곳이야.”

“아...” 

친구는 짧고 나지막한 탄식을 흘러 보낸다. 

“이런 경험은 지독한 곳에 나를 떨어뜨리지 않으면 경험하기 힘든 일이야. 바라나시는 그런 지독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라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곳임에 틀림없어.”

나는 말을 이어간다.




우리에게

감정이란


“우리의 감정이란 정제되고 절제되어 있어야 인간의 품격에 맞고,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 갈 수가 있어. 그렇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시도 때도 없이 감정을 폭발해버리면 사람들은 나를 미친놈 취급해 버릴게 분명하지. 그게 반복되면 어느 시설에다 나를 격리시키겠지. 사회에 부적합한 놈이라고 판단할 거야. 그런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우리는 늘 적당히 웃어야 하고, 울음이 나오려하면 조용히 혼자만의 장소를 찾아서 눈물을 쏟고 다시 웃는 얼굴로 나타나야 해. 사람들은 즐거움은 함께 하지만 타인의 슬픔과 고통은 부담스러워하니까. 안타깝게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우린 늘 그렇게 길들여진 채 살아왔어. 인간은 매너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정제되지 못한 감정을 감춰야 한다는 강박감 비슷한 걸 만들어 버렸는지도 몰라.”




이곳은 마치

세상의 끝만 같다


알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우리네 인생의 마지막 종착지가 이곳일지도 모른다. 무척이나 꼬여 있지만 결국은 이곳으로 올 수 밖에 없었음을 기나긴 삶을 보내고 나서야 받아들이게 되는 사실처럼. 후반부를 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영화처럼. 오직 바라나시만이 세상을 담대하게 바라보게 한다. 오직 이곳이 세상의 마지막을 맞이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결국 나는 이곳으로 오게 될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의 끝, 마치 이곳은 세상의 끝만 같다. 





안종현 작가의 여행에세이 <위로의 길을 따라 걸을 것>은 끊임없는 상처 속에서도 삶을 계속 여행할 위로와 용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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