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현 Feb 02. 2016

계속되는 삶의 후회들

서른이 되기 전의 나는 나이가 드는 게 무언지 궁금했다. 그래서 인생 선배를 만나면 물었다.

“만약 지금의 제 나이로 돌아간다면, 뭐가 제일 하고 싶으세요?”

과장님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

“내가 말야. 가방끈이 짧아서 이러고 있잖아. 팔팔한 네 나이로 돌아가면, 대학에서 공부하고 찐하게 연애도 하고 그랬을 거야.”

그리곤 담배를 실내에서 피우기 시작했다. 큰 키와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순진함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솔직함으로 주변 사람들과 다툼도 많았다.

그리고 짧은 키에 바지를 가슴 밑까지 최선을 다해 끌어올려 입곤 했던 부장님에게로 가서 물었다.

“부장님은 만약에 제 나이로 돌아간다면 뭐가 제일 하고 싶으세요?”


계속되는 삶의 후회들...



부장님은 잠시 질문의 의도를 생각해봤지만 곧 시답지 않은 질문이라고 판단한 듯 말했다.

“나는 그냥 젊은 시절로 돌아가면, 여행이 그렇게 하고 싶다네. 우리 때야 해외여행이니, 배낭여행이니 이런 게 어디 있었나. 그냥 어른들이 공부하라면 하고, 군대 가라고 해서 일찍 군대를 갔지. 그러다 보니 장가갈 나이가 되어서 결혼했던 거고. 근데 요즘 애들 보니, 해외로 배낭 하나만 들고나가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

대학생을 두 명이나 둔 부장님은 제발 아이들 대학이라도 마치고 회사가 자기를 잘랐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끝내는 잘린 것인지 혹은 더 좋은 조건의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다른 부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다시 젊어진다면 연애란 연애는 다 하고 싶어. 그러고 나서 결혼했다면 좋았을 텐데.”

약간 마르고 웃음기가 많은 그는 애인이 있었다. 그러니까 아내가 아닌 애인이 말이다. 그는 결혼 전에 연애를 못해본 게 아쉬웠는지 결혼 후에 이런저런 다양한 연애를 하고 있었다. 기분이 좋은 날은 휴대폰에 찍어둔 사진을 보여주곤 했는데, 글쎄... 불륜까지 저지르면서 위험한 사랑에 빠지고픈 그런 미모의 여인은 아니었다. 여하튼 그는 굳이 젊은 시절이 아니라도 연애는 잘 하고 있었다.



나는 미친 듯이 놀 거야.
다시는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때까지...

이제 막 과장이 되신 한 분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미친 듯이 놀 거야. 그냥 다시는 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정말 정신없이 놀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꼭 히말라야에 오를 거야.”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대리가 끼어들어 말했다.

“나는 꼭! 꼭! 세계 일주를 할 거야.”

그들이 원하는 젊음으로의 회귀와 이벤트는 끝이 없었다. 끝없이 쏟아지는 삶의 미련들을 듣고 있으면, 나도 나이가 들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머리를 굴려 봐도 세상에는 할 일이 넘쳤다.

‘이대로 삶을 살아간다면, 나도 그들처럼 후회만 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나는 무언가에 도전하기에 충분히 젊었고, 무언가에 정착하기엔 어렸다. 그리고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기엔 어리숙하고 지혜가 부족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난 새로운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제 직장을 떠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내 나이로 돌아가면 하고 싶다고 들려주었던 일들을 모조리 할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안종현 작가의 여행에세이 <위로의 길을 따라 걸을 것>은 끊임없는 상처 속에서도 삶을 계속 여행할 위로와 용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