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현 Mar 04. 2016

우주가 나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우주의 사소한 존재에게



나는 홀로 앉아 이미 온기를 잃은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많은 별들, 내가 살던 도시에선 불빛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던 별들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넓은 우주에서 떨어져 나온 나란 존재는 무엇일까?

문득 그 시커먼 우주 속 빛나는 별들이 나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저 우주 한편에서 누군가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진 않을까? 지금 내가 이렇게 늦은 밤에 우주의 한 공간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그대로 한 걸음에 우주 밖으로 닿을 것만 같다. 곧 저 멀리 시커멓고 깊은 우주의 공간에서 못생긴 외계 생명체가 나를 만나러 오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내 아들아, 사실 넌 사회 부적응자가 아니라, 내가 깜빡 지구라는 별에 두고 온 다른 행성의 생명체란다. 그래서 네가 지구에 그렇게 정을 못 붙이고 살았던 거야.”


저 멀리 우주 밖에서 나를 본다면, 나는 지구라는 알려지지 않은 작은 불빛에 갇힌 아주 작은 존재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난 늘 사소한 욕심이나 부렸고, 어찌할 수도 없는 일에 갇혀 살지 않았던가? 

시커먼 우주가, 반짝이는 우주가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다.

먼지보다 훨씬 작은 우주의 사소한 존재여, 너무 그렇게 아등바등 거리지 말라. 그래 봐야 거대한 우주의 움직임에서 티도 나지 않는 존재에 불과한데 뭘 그렇게 욕심을 부리고 사니?”


그러나 끝내 누구도 나를 찾아오진 않았다. 죽기 전에 꼭 보고 싶었는데. 그리고 히말라야 산속의 밤은 에일리언이 나타나기에 완벽한 장소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여행이 나를 위로하네


안종현 작가의 여행에세이 <위로의 길을 따라 걸을 것>은 끊임없는 상처 속에서도 삶을 계속 여행할 위로와 용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계속되는 삶의 후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