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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Jul 07. 2016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네팔의 위로길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본 적이 있는가?


“길을 걷다가, 문득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본 적이 있어?”

나는 그가 무슨 말을 꺼내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네팔로 넘어오기 전에 티벳에서 있었던 일이야. 그때 먼 길을 갈 일이 있었어. 난 곧장 앞만 보고 걸었지. 갈 곳이 정해져 있었으니까. 내가 걸었던 길은 똑 바르고 반듯했어. 나는 쉴 새 없이 걷기만 했어. 그러다 문득 내가 걸어온 길이 궁금해졌어. 그래서 뒤돌아보았지. 내가 걸어온 길을 말이야.”


마코는 도넛을 먹으며 따뜻한 차를 훌쩍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내가 뭘 봤는지 아니?”

“뭘 봤는데?”

“그게 말야. 내가 걸어온 길이. 분명 반듯한 길인 줄 알았어. 근데 뒤를 돌아보니 길이 구불구불한 거야.”

“그렇다고 길을 잘못 온건 아니었잖아? 그냥 구불구불할 뿐이지.”

“그렇지, 별로 큰 문제는 아니었어. 그냥 내가 보며 생각하며 걸었던 길과는 딴판이었다는 거야. 그 구불구불하고 복잡한 길을 보면서 나는 왜 한 번도 길이 구부러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네가 걸어온 길인데 전혀 눈치를 못 챘어?

“그러게. 전혀 몰랐다는 게 이상하지 않니? 근데 그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맞다고 생각했던 일도 나중에 뒤돌아보면 그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를 느꼈어. 돌아보니 구불구불한 길을 걸었던 것처럼, 내가 판단하며 걸었던 길이 내 생각과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말야.”

“그럴 수도 있겠다. 우린 늘 선택을 할 때,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니까. 내 감각기관과 판단능력에 의지해서 말야.”




그런데 이 길이
우리의 인생이라고 생각해봐.


“그런데 이 길이 우리의 인생이라고 생각해봐. 우리 눈앞에 놓인 각자의 길. 우린 갈림 길에서 한쪽 길을 선택할 것이고, 순간의 판단으로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길을 걷겠지. 그런데 인생이라는 길은 조금 달라.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잘못된 길을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 잘못 들어선 길이라도, 이제는 돌아갈 수가 없어. 인생이라는 길이 시간을 만나면 돌이킬 수가 없거든.” 마코는 말을 이어갔다. “그저 걸어온 길이 어떻게든 끝나길 바랄 수밖에 없어. 그렇게 나쁜 선택이 아니었길 바랄 뿐이지.”


아주 긴 길을 걸어 여행을 마친 마코는 도쿄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미녀의 직장 상사와 결혼했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떠돌지 않는 히피가 되었다.







안종현 작가의 여행에세이 <위로의 길을 따라 걸을 것>은 끊임없는 상처 속에서도 삶을 계속 여행할 위로와 용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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