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세요?
무엇을 하세요?
사람들은 가끔 나의 직업에 대해서 궁금해한다.
그래서 "무엇을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국제개발에 종사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게 뭐죠?"
국제적인 개발이니 뭔가 글로벌한 개발쯤으로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게 뭔지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사실 딱 잘라 국제개발이 무엇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국제개발은 의료, 건축, 지역개발, 교육, 환경 등 많은 주제로 세분화된다.)
그래서 그냥 간단히 말한다.
"왜 그 있잖아요. UN이나 유네스코가 하는 일들요. 그런 것들이랑 비슷해요."라고 아주 간단히 대답하곤 했었다.
왜 전문성에 도덕을 입히면 안 되는가?
건축과 도시공학을 전공한 나는 건축가가 조금 소외받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건축을 하고 싶었다. 언제 가는 도덕적인 건축물을 짓고 싶었다.
도덕과 건축이라. 내가 건축을 공부하던 시절에는 이런 관념을 가진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했다.
내가 건축과 학생이던 어린 시절, 난 교수님께 이런 이야길 했다.
"교수님, 전 건축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은 "그런 건축을 하는 사람은 한국에 별로 없단다."라고 말씀해 주셨던 일이 생각난다.
그걸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실망했다.
왜 없을까? 도덕을 생각하는 건축가는 왜 없을까? 한국에는... 이렇게 실망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건축이란 자본과 규제와 욕구에 의해서만 지어지는 행위였을까?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뭔가 건축으로 다른 일을 하고 싶어 지기 시작한 때가 말이다.
착한 건축은 존재할까?
그렇게 나는 코이카를 통해 스리랑카로 2년의 봉사활동을 떠났다. 착한 건축가의 길을 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2년 동안 나는 가난한 스리랑카의 현지 학생들에게 건축을 가르쳤다. 그리고 몇 개의 건물을 디자인하고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저렴한 비용으로 지었다.
건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은 경이로웠다.
그렇게 3명이 샤워를 할 수 있는 건물이 약 300만 원의 돈으로 지어졌다.
그리고 나는 학생들이 점심을 먹는 곳의 테이블이 너무 낡은 것을 보고, 이것을 고쳐보기로 했다. 그것도 학생들과 함께였다.
함께 고장 난 것을 고친다는 행위는 즐거웠다
그렇게 나와 학생들은 약 20만 원의 돈으로 10개의 테이블을 고칠 수 있었다. (현지 업체에 맡길 경우 가격은 약 60만 원이 예상되었다.)
착한 건축은 존재했다. 착한 의도로 지어진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 의도는 종종 약 세 그룹의 사람들에 의해 의심을 받는다. 첫째가 도움을 받는 사람들에 의해서이고, 둘째가 도움을 주는 사람에 의해서이고, 마지막이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에 의해서 의심을 받는다.
착한 마음이 전부가 아니다
나는 착한 마음만 가지면 다 될 줄 알았다. 선한 의지만 있으면 모두가 나를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착한 마음이 다가 아니었다.
우리는 착한 마음으로도 얼마든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 때 주로 발생한다.
주는 마음이 받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 때,
그것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
간단히 예를 들어, 현지에서 필요하지 않은 많은 기부물품들이 전달되고 많은 건물들이 과시용으로 지어진다. 그건 단지, 주는 사람의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지 않을까? 국제개발도 대화가 중요하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리고 지켜보는 사람도 충분한 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의심들이 발생하곤 한다.
나도 국제개발이 어렵다
국제개발이 정말 선한 의도로만 작동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순진한 것이다. 사실 국제개발은 국제화 시대와 현대화에 맞춰진 "식민지 정책"의 변형일 수도 있다. 국제개발에는 국가나 단체들의 이익이 선반영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캄보디아와 미얀마 모두 가난한 국가이지만, 유독 미얀마만 국제개발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다. 그건 미얀마를 개발할 경우 많은 경제적 이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캄보디아는 별다른 이득이 없기 때문에, 미얀마로 많은 국제개발의 자금이 몰려든다.
국제개발은 어렵다. 일을 하고 공부도 해보았지만,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뿐, 아직도 국제개발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언젠가, 예전에 내가 참여했던 프로젝트 MBC 제작 "코이카의 꿈"을 유튜브로 검색해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국제개발을 "지켜보는"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의 의심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의 의심은 어느 정도 과하기도 했고, 일리도 있었다. 그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나는 어떤 변명을 하고 싶지도 않다. 그것도 어쩌면 좋은 피드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한다. 국제개발은 어렵다. 그것이 "지켜보는" 그룹의 돈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왜 쉽게 생각하지 못할까?
언제가 친구가 유투브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그건 인도의 한 부자가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 대량의 음식을 만들고 나눠먹는 영상이었다. 이런저런 설명도 없었고,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왜 이 마을이 선택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그저 평범한 음식을 만들고, 평범한 사람들이 나눠 먹으면서 영상은 끝난다.
왜 우리는 이렇게 간단하게 국제개발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누가 봐도 분명하기에 무슨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영상을 보면서 절로 웃음이 나는 이유는 뭘까? 많은 비용이 필요하지도 않다. 많은 조사가 필요하지도 않다. 구구절절한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항상 등장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막 죽어갈 듯한 표정의 자극적인 사진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은 웃으면서 만들어진 음식을 먹을 뿐이다.
나눈다는 것은, 우리가 어렵게만 생각했을 뿐이지,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기본은 언제나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