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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Jan 16. 2019

가난의 얼굴

가난의 얼굴를 팔고 사는 사람들

학문적으로 가난은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금전적 혹은 물질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종종 빈곤을 정신적인 영역으로 확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 서양권이나 개발학에서는 주로 물질적 부족의 상태를 가리킨다. 


이 가난이라는 건 국제개발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를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고쳐보려고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손을 털고 만다. 


UN이 정한 가장 시급한 문제, 빈곤

2015년에 UN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17개 큰 항목으로 정했는데, 그중에서 첫 번째 목표가 NO POVERTY(빈곤 척결)이다. 가난은 아주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있고, 아주 복잡한 문제로 발생한다. 그냥 가난해서 가난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개인이나 가난한 집단이나 지역이 가진 문제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UN 지속가능발전에서 정한 17가지의 목표들이 가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즉, 가난하기 때문에 배고프기도(SDG 목표-2)하고, 건강을 지켜내기 힘들기(SDG 목표-3)도 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SDG 목표-4). 반면 가난에는 젠더 평등의 문제(SDG 목표-4)가 나타기도 하는데, 주로 여성이 더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에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일하기도 한다(SDG 목표-8). 당장 돈이 없어 배가 고픈데 일하는 환경의 위험성을 따질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혹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SDG 목표-13) 등으로 가난으로 내몰려지는 경우도 있다.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같은 재해를 당했더라도 가난한 사람들은 그 재난에서 벗어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더 심한 가난으로 내몰리게 된다. 

즉, 가난은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 작은 혹은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가난은 여러 가지 얼굴로 다가온다

이처럼, 가난은 여러 가지 얼굴로 나타난다. 또한 가난이 선행하기도 혹은 어떤 계기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UN에서 정한 17가지의 개발목표는 자세히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가난과 크고 작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빈곤 인구의 수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난을 겪고 있을까? 월드뱅크(2015)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의 약 10%에 가까운 사람들이 빈곤을 겪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빈곤을 측정하는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다. 나라마다 물가의 수준이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기구들은 하루에 1.9 미국 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극심한 빈곤에 처해 있다고 정의한다. 그러나 개도국에서 2달러는 작은 돈이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미얀마에서 2달러로 소박한 음식을 6그릇을 시킬 수 있다. 물론 먹는 것 외에도 주거, 교통비 등의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말이다. 

즉, 1.9달러의 돈을 들고 어느 나라에 사느냐에 따라 빈곤의 상태는 엄청난 차이를 가지게 된다. 또한 주로 우리는 빈곤을 상대적인 기준으로서 체감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얼마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다고 가난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내 친구 혹은 주변인보다 돈이 많고 적음을 통해 내가 상대적으로 가난한지 혹은 상대적으로 부자인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 모든 일이 상대적이듯, 가난도 상대적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가난을 측정하는 기준은 상대적이고 개인적인 자각의 척도에 따른다. 


가난함의 정도를 어떤 기준으로 자르는 게 필요할까?

그렇기에 극심한 빈곤의 정도를 단순히 달러 1.9로 정한다는 것은 어쩌면 많은 문제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기준을 정하지 않으면, 가난을 측정할 수도 없고 가난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판단한 근거를 갖지 못한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하나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준은 국제개발에서 중요하다. 척도가 되기 때문에 도움을 줄 사람을 찾을 때 적당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또한 국제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척도가 있어야만 그 프로그램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 지를 알 수가 있다. 그렇기에 국제개발에서 기준을 정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 기준으로 인해 다른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준안에 들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그렇다.



가난을 쪼개어 보자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동/중앙아시아, 유럽이 극심한 빈곤의 인구를 3% 대로 낮추어서, 빈곤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사하라 사막 남부의 아프리카 나라들의 사정은 다르다. 이곳엔 전 세계의 빈곤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다. 오히려 이 지역은 빈곤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도시와 농촌의 지역을 나누어 보면, 도시보다는 농촌에 더 많은 빈곤 인구가 분포하고 있다. 더 작은 지역으로 나누어 보자. 한 가구를 들여다보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빈곤한 경우가 많다. 즉 가난은 포괄적으로 접근해서 해결하기도 해야 하지만, 가구 단위와 같이 작은 영역에서도 빈곤의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된다.

즉, 가난을 해결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측면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 된다.


가난하다고 꼭 불행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불행할 거야.' 

혹은,

'가난하니까 불행할 거야.'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이런 진단을 재빠르게 내리곤 한다.

'저렇게 사니까 가난한 거야!'

라고들 말이다.

그러나, 내가 만나 본 사람들 중에는 슬럼에 살고 있지만,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니 가난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은 아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교육을 덜 받았고, 모빌리티도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정도의 처지에 놓여 있는 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즉,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 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비교할 처지가 없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다 가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교육을 받고, 어느 정도 돈을 벌고 있지만 상대에 자신보다 돈이 많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낀다. 이 모든 것이 상대적인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보고, '저렇게 행동하니, 저러고 살지.'라는 말은 참 안타깝다. 한 개인에, 한 가정에 혹은 한 지역에 혹은 더 크게 한 국가에 가난이 형성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리가 '저러니 가난하지...'라고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모금 운동을 NGO의 광고에는 하나 같이 불행한 표정의 아이가 등장한다. 그들은 자극적인 사진을 이용한다. 어쩌면 그들의 고통 어린 표정이 좋은 마케팅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확실히 사람의 시선을 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런 가난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선입관을 가지게 만든다. 

솔직히 말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지만, 이런 얼굴을 가진 아이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당장 죽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들의 가난을 팔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들의 가난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얄팍한 상술에 속아 우리는 이렇게 급박하게 굶주리는 아이를 도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스리랑카에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할 때, 주관하는 기관에서 이런 부탁을 한 적이 있다.

'내전으로 다리 하나를 잃은 소녀를 한 명 섭외해 주세요.'

스리랑카가 내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려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소녀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왜 그들은 딱 정해서 어린 소녀라고 정했고, 다리 하나를 잃은 것을 요구했을까?

그건, 그게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스웨덴에 살고 있는 시리아 난민을 취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해당 매거진의 요청대로 인터뷰를 하고 글을 쓰고, 인터뷰이의 사진을 담았다. 원고를 송부하자 담당 편집자는 이런 말을 했다.

"생각보다 이민자가 깔끔하네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이민자의 모습이 아니네요."

즉, 전쟁에서 이제 벗어서 허름하고 지저분한 옷차람으로 슬픔에 잠긴 자극적인 모습의 인터뷰이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인터뷰한 난민은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고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타인의 가난에 간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생각하는 타인의 가난은 어떤 모습인가?

아래는, 구글에 가난을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들이다.



[참고] 

. UN 지속가능발전목표 홈페이지, https://www.un.org/sustainabledevelopment/poverty/

. 월드뱅크 홈페이지, https://www.worldbank.org/en/topic/poverty/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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