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설은 정치적인 글쓰기다

2026년 1월 22일 목요일

by 세템브리니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1960년대 미국을 휩쓴 여성운동의 구호다. 당시 여성들이 겪는 고통은 개인의 무능이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사회의 권력 구조와 가부장제라는 정치적 시스템에서 비롯된다는 선언이었다. 사적인 문제를 정치적 투쟁의 장으로 끌어올린 이 문장은, 이후 오랫동안 사회운동과 비평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기능해 왔다.


현광일 저자의 신작 『푸코의 권력과 아렌트의 삶』은 1장을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공적 영역이 끊임없이 확장되며, 오늘날에도 수많은 개인적 문제가 정치적 논의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다. 내가 마주하는 삶의 문제들 또한 순전히 사적인 사건이라기보다 정치적으로 구성된 현실이라는 점에서, 이 문장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형으로 다가온다.


이 구호는 저자의 다음 문장으로 이어진다.
“개별성의 인식이 귀중한 것은 바로 그것을 통해서만 우리가 한 개인을 그의 고유한 내면에 따라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진실에 가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문장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개인의 경험을 끝까지 따라가야 구조가 보이고, 인간의 진실은 일반론이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에서 드러난다는 점이다. 정치적 진실은 추상 이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개인의 구체적 경험을 통과할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이 지점에서 내가 쓰고 있는 『자소설』을 떠올린다. 자소설은 나라는 개인이 살아오며 마주한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시대와 조직, 계급과 관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묻는 작업이다. 그 과정은 자신의 내면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을 독자 앞에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결국 자소설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나라는 한 사람의 고유한 내면을 끝까지 써 내려감으로써 이 시대의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삶을 감내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진실에 닿으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은, 한 사람이 겪은 경험이 단순한 개인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가 남긴 흔적이라는 뜻이다. 또한 개별성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은, 사회의 구조와 권력, 제도가 한 사람의 감정과 선택, 침묵과 좌절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작동하는지를 그 사람의 내면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소설은 이 두 생각을 함께 실천하는 글쓰기다. 그것은 나 혼자만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고백이 아니라, 한 시대와 사회가 개인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기록하는 가장 솔직한 방식이다.


현광일 선생님은 내가 재수생이던 시절, 사제지간으로 만난 인연이다. 인문학자로서 그의 책들은 언제나 나의 좁은 사유를 바깥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어왔다. 이번에 나온 『푸코의 권력과 아렌트의 삶』 역시 첫 장부터 내 일상을 진동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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