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나 Aug 19. 2024

깜빡이가 켜진 주차된 차를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늦은 밤, 주차 자리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각.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는데 깜빡이가 켜져 있는 차를 발견한다. 

"오~ 저분도 이제 막 주차하셨구나~" 

마침 그 옆에 빈 자리가 있어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깜빡이가 계속 켜져 있는 옆 차가 매우 신경쓰인다. 


안에 사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사람이 없고 지금은 밤 11시이다. 

'잠깐 어디 가셨나?'

'밤새 깜빡이 켜놓으면 방전될텐데'

'경비 아저씨가 순찰 도시다가 발견하면 차주한테 연락하지 않을까?'

앞유리를 확인해 보는데 핸드폰 번호도 적혀 있지 않다.


동호수를 확인해 보니 어라? 우리 앞집이다. 

짐도 꽤 무겁고, 11시면 그리 늦은 밤도 아니고, 인사도 몇 번 한 사이니까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단 집으로 향한다. 


집에 와서 거실에 있는 아빠한테 말하니, 아빠가 앞집에 얘기하겠다고 한다. 

뭐, 나도 바로 옆에 서있었긴 했지만... 


"안녕하세요~ 앞집입니다."

"누구시죠?"

"앞집인데~ 주차장에 깜빡이가 켜져있어요~"


문이 닫힌 채로 얘기를 이어간다. 당연히 잘 들리지 않는다


"네!?" 

아빠는 복도가 울릴 정도로 다시 한 번 얘기한다. 

"방금 제 딸이 주차하고 들어왔는데 차에 깜빡이가 켜져 있어요. 동호수를 확인했더니 앞집이라 말씀드리러 온 거예요."

"아, 네 알겠어요~" 


문은 굳게 닫혀있다. 


나는 차 번호가 맞나 확인하려 입을 떼었는데, 

아빠는 미간을 찌푸리며 "됐어"라고 손짓하고 집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쾅.


"왜~ 만약 앞집 차 아니면 괜한 발걸음 하시는거니까 확인하려고 했던 건데." 

"아니, 자기네 차 방전될까 봐 말해주는건데, 문도 안열고 고맙다고도 안하냐? 됐어!" 


아빠는 꽤나 짜증난 얼굴을 하고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엘레베이터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지 않는 이웃 주민들, 

내 앞집, 윗집,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조차도 모르는 우리. 


언제부터였을까, 이웃과는 안부조차 묻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낯선 사람과는 인사조차 하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오지랖보다 무관심이 낫다고 말하게 된 것이.


소망한다. 

놀이터에서 만나면 바로 친구가 되고,

버스정류장이나 슈퍼에서 잡담을 하고,

점심시간이나 회의시간에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관심을 가지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그냥... 이렇게 되어버린 우리가 나는 너무 속상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