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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 Aug 09. 2024

30대 무계획 퇴사 후 떠나버린 어학연수, 는 핑계고

쓸데없이 견문만 넓혀와서는,,, 몰타#1 

맛탱이가 가버린 회사의 행보를 지켜보다가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회사의 정체를 알게 된 후 더 이상 그곳에서 남아있을 수 없었고 빠르게 환승이직을 했다. 어라,,, 빛 좋은 개살구였다. 3일 만에 나와 난 다시 백수가 되었다.


올해 초부터 여러 결정들이 날 괴롭혔고 마지막으로 내린 결정마저 실패했다. 하늘이하늘이 나보고 상반기는 좀 쉬어가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나고 자란 덕분에 절대 맘 편히 쉴 수 없다. 한 달 동안 수험생처럼 공부하고 이직에 도움이 될만한 자격증을 취득했다. 역시 내가 실패할리 없지. 


그리고 6월의 시작, 나는 몰타라는 작은 섬으로 휴가를 떠난다. 

그때의 선택이 나에게 무슨 변화를 일으킬지 모르고 마냥 설레는 마음만을 가진채, 


앞서 말했지만, 아무런 생산적인 아웃풋 없이 쉬는 일? 나에게 사치라고 느껴졌다. 휴식이라는 것 자체가 나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 솔직히 우리 모두 그렇게 느끼지 않나? 그러나 몰타는 어학연수라는 좋은 핑계를 가지고 기분 좋게 떠날 수 있었다. 2주 만에 준비를 마치고 몰타로 떠난다. 20대 때 미국 어학연수,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이 있는 나는 사실 몰타의 어학원을 다니는 것이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나에게 몰타의 목적은 한 달 동안 유럽에서 살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수영하고 여행하는 그저 긴 휴가일 뿐이었다. 


경유지 비엔나에서 몰타로 가는 비행기에서부터 이질감을 느껴버렸다. '이렇게 아시안이 없다고?' 이제야 내가 유럽으로 가는구나 실감한다. 몰타에 도착해 어학원이 보내준 차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 먼지로 뒤덮여 관리가 전혀 안된 도로의 차들을 보며 '나 진짜 외국에 왔구나' 또 깨닫는다. 


숙소에 도착했더니 내 또래로 보이는 두 명의 한국인 친구들이 날 어색하게 맞이한다. 사실 오늘 저녁 집에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괜찮으면 같이 놀자고 해서 장 보는 길을 따라나섰다. 뜨거운 태양, 노란 벽돌의 건물들, 파랗게 빛나는 바다. 몰타의 첫인상이 좋다. 



두 명의 프랑스 친구들이 왔다. 저녁으로 플랫메이트들이 준비한 한식을 먹고 초딩처럼 게임하며 장난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 악센트에 익숙한 나에게는 프랑스 악센트를 가진 친구들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러다 밤에 프랑스 친구들이 축구를 보러 펍에 간다고 하길래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야 해!!!'라는 어리석은 목표를 가진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따라나섰다. 막상 펍에 도착하니 아직 우리는 서로 너무 어색했고 축구에 집중하는 척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고 술만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옆에 있던 수다쟁이 스페인 친구와 대화를 시작했다. 내가 오늘 몰타에 도착했다고 하니 놀라서 여러 좋은 해변이나 유적지들을 추천해 준다. 근데 이 친구, 나에게 스페인어를 쓰는 거야 영어를 쓰는 거야? 악센트가 너무 심하다. 부연설명을 해주는데 '와우 땡큐 어메이징'밖에 말할 수 없었다. 진짜 뭐래는 거니.


낮에 플랫메이트들이 말해준 조언 아닌 조언들이 떠오른다. 

'우리 학원에선 친구 사귀기 힘들어요. 다들 일이 있거나 각자 가정이 있어서 수업만 듣고 집에 가요. 수업은 뭐 두말할 필요도 없이 노잼이고, 우리 다 아는 것들 가르쳐요 문법위주.'  


유러피안들 악센트도 못 알아듣겠고 어학원에서는 친구들도 못 사귄다고 하고, 

나 적응 잘할 수 있겠지?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고 첫날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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