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하지 않기에, 그렇게 떠날 수 있음에 …
여름휴가
작년 6월, 어느 날 갑자기였다. 그렇게 불쑥 찾아온 생각은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행동하게 만들었으며
머릿속에 불쑥 찾아온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건 하루면 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생애 첫 유럽여행을 떠났었다.
어느 날 갑자기 조금 더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 졌다. 비록 긴 휴가를 쓸 수 없는 직장인이지만 그럼에도
여름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생긴 용기와 더불어 마음이 맞아 종종 함께 여행하는 오랜 친구 역시 마음이 맞았다는 것 또한 생각이 현실이 되는 순간에 한몫했다. 그 당시에 그 먼 곳으로 혼자 떠날 수 있는 용기는 없었으니!
여름방학, 성수기!
우리가 여행하고자 하는 날짜는 성수기였다. 게다가 한 달 전 예약이었으니 말은 다했다. 하지만 친구도 나도 일을 하면서 저렴한 항공권을 누려 여행하는 건 꿈같은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비싼 항공권은 직장인이 부릴 수 있는 잠깐의 사치이자 아깝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가치로 돌아온다는 걸 알았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그렇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여행사를 검색했고 약 10개의 여행사에 항공권과 숙소를 문의했다. 같은 일정 같은 항공기 임에도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그중에 가장 마음에 쏙 드는 일정을 골라 비행기와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
그렇게 결정된 나의 첫 유럽여행은 런던과 파리였다.
친구도 나도 어디든 떠나고 싶었기에 사실 여행지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둘 다 런던에 가고 싶었고 유럽이라면 에펠탑을 봐야 했기에 결정된 런던과 파리였다. 그렇게 우리는 7박 9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유럽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여행 결정 후 직장 상사와 휴가를 협의해야 했고 다행스럽게 회사는 우리에게 우리의 여행 일정만큼의 시간을 내어주었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해결되니 아직 한 달가량 남은 여행이 이미 현실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기분도 잠시 여행 직전에 처리해야 할 일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7박 9일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렇게 전쟁 같은 하루를 치렀고 심지어 친구는 여행을 떠나기 전날까지 야근으로 새벽에나 집에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녹초가 된 우리였지만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순간은 어제의 전쟁을 잊은 지 오래였다. 이미 마음은 매일 사진으로만 들여다보던 그곳에 가있었고 그곳에서 펼쳐질 하루하루를 상상하는 일만으로 행복에 겨워있었다.
그렇게 나의 첫 유럽여행을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나의 모든 여행은 그랬다.
이렇게 계획적인 내가 여행을 떠나는 순간만큼은 계획이라는 걸 잊어버린다. 불현듯 찾아온
"그곳에 가고 싶다"
그 감정은 쉽게 누를 수 없었고 곧 실천하게 만들었다. 생애 첫 해외여행으로 갔던 오사카도 친구와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다 "우리 여행 갈래?"라는 이야기로 여권을 만들고 서점에 가서 여행지를 결정했으며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그렇게 여행을 떠났었다.
여행이 좋아 일을 그만둘까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 물론 요즘에도 종종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여행만큼이나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 같다. 게다가 그보다 중요한 건 역시 여행은 누가 공짜로 보내주는 게 아니라는 현실이다. 비록 직장인이기에 빨간 날 비싼 항공권, 어쩌나 떠나는 2박 3일 여행이 흔하지만 그런 2박 3일의 여행도 충분히 행복하다. 게다가 여름에는 조금 더 긴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으니!
충분하지 않기에, 부족하기에 내 여행은 더 소중했고 간절했다.
올해도 그 간절함에 나의 여름휴가 조금 더 먼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루하루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채워가는 기대한 만큼 더 큰 감동이 되어줄 그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