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 월요일도 일요일이야
인턴기한 포함 4년 7개월을 다닌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혔다.
퇴사를 통보하기까지 나는 몇 번이나 퇴사를 결심했을까? 직장인 5년 차에 절대 고칠 수 없다는 퇴사병 말기 환자였으므로 적어도 손가락, 발가락, 머리카락 수를 합친 것만큼은 한 것 같다.
퇴사를 통보한 당일 아침만 해도 사실 고민했다.
'그래 퇴사하는 거야!'랬다가 '아니야.. 이 프로젝트까지만 마쳐볼까? 아깝잖아..'랬다가 변덕이 죽 끓었더랬다.
마음은 복잡한데 동료들한테 고민을 털어놓을 용기는 없었다. 나의 퇴사 허언증에 몇 번이나 속아 넘어가 준 친구들이기에, 이번만큼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서였기도 하고 이제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일화로 진심으로 퇴사를 결심한 어느 날, '나 퇴사할 거다' 나의 진심 어린 고백을 들은 친구는 남편에게 "XX 퇴사한대! 이번엔 왠지 진짠거 같아!"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친구의 남편은 술이 취해 쓰러져 가는 상태에서도 "난 믿지 않아..."라고 중얼거렸을 정도였다.
퇴사가 유행이라는 요즘 시대에 이렇게까지 퇴사를 고민할 일이었을까?
목구멍에 고구마 낀 것처럼 답답했던 나의 퇴사 통보는 결심과 동시에 목에 기름칠이라도 한 것처럼 빠르고도 매끄럽게 튀어나왔다. "퇴사하겠습니다." (뻥 아니거든요. 진심이거든요) 퇴사 통보를 들은 피플팀 팀장은 일단 알겠다고 했고 대표님께 의사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고 주말, 나에게 3일 정도의 숙려기간이 주어진 것 같았다.
너 정말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너 나이에 괜찮아..? 카드 값 감당 ㅇㅋ? 환승이직이 낫지 않아?
숙려기간 동안 실은 꽤 불안했다. 물음표 살인마가 던지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에 뇌를 잡아먹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번복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고 퇴사 사유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일신상의 사유로 퇴사하겠습니다' 같은 소리 집어치우고
저는 팀장 회의가 있는 월요일이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