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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Apr 30. 2021

장이 장염에 걸린 날에는

잠시 쉬어가는 수밖엔..


 요 며칠 속이 꾸룩꾸룩 불편했다. 프로 장 트러블타의 감으로 생각해보면 이건 장염일 수밖에 없었다. 최근 사무실 이전을 겪으면서 환경이 급격히 변했는데, 예민한 내 몸이 그 변화에 순탄히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 탈이 나고 만 것이다. 아무래도 사무실에 창문이 없는 탓에, 환기가 되지 않아 답답하다며 연신 들이켰던 찬물이 원인인 듯했다.


 그래서 오늘은 과감히 점심을 굶었다. 배고프면 서러워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타입이지만, 속이 보골보골 불편하게 끓으며 신경 쓰이게 하는 것보단 나았으니까.


 사실, 점심시간 무렵 배가 고파서 살짝 위기와 함께 음식 금단증상이 찾아왔지만, 천천히 그 시기를 넘기고 나니 오후 무렵에는 비어 있는 속이 한결 편안하게 느껴졌다. 거봐, 밥 안 먹길 잘했지. 그런 생각을 하며 조용히 한 주 업무를 마무리했다.




 

 

 이번 주의 시장은 유독 기복이 심했다. 화요일까지만 해도 꽤 좋았던 코스닥 지수는 수요일을 기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물려 있었던 한 종목이 드디어 평단 위로 올라왔었는데, 미처 정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급락이 시작되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실 5월 3일에 공매도가 부활하니까 이번 주쯤부터는 슬슬 지수가 빠질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정작 월요일, 화요일의 호황이 무색하게 무서운 기세로 떨어지는 지수와 나의 쪼그라드는 미실현 손익을 보니 속이 보골보골 끓었다.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몇몇 코스닥 종목에 물을 탔다. 근데 물을 탔는데도 지수도, 내 잔고 수익률도 자꾸 쫙쫙 빠지기만 하는 것이었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놈의 장(場)도 장염에 걸렸구나.


야 너두....? ㅠ


 얘도 나처럼, 물타기 한다고 자꾸 풀매수를 했더니 기어이 더 소화를 하지 못하고 탈이 났나 보다.


 알다시피 장염 걸려서 쫙쫙 쏟는 날에는 괜히 뭔 짓을 하면 안 된다. 자극적인 게 먹고 싶어도 꾹 참아야 하고, 웬만해서는 밥도 먹으면 안 된다. 어차피 먹어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걸.


 그러니 장(場)도 장(腸)처럼 안 좋을 땐 잠시 셧다운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장이 이런저런 트러블을 일으키는 날에는, 성급하게 물타거나 신규매수하지 말고 MTS 앱의 셔터를 내린 채 장에게도 휴식할 시간을 주자.


 어차피 기왕 찾아온 하락장을 피할 수 없다면, 이 기회에 내 장 트러블을 유발하는 몇몇 불량주들을 솎아내는 포트폴리오 점검의 기회로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고.


 이런 몇 번의 쓰라린 경험들을 바탕으로, 평소 가급적 포트폴리오에 이상한 종목 풀매수해서 편입하는 뻘짓을 하지 말고, 신중하게 좋은 우량주들을 골라서 채워 넣는다면 이후에 지수가 다시 빠진다 해도 심각한 장 트러블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모쪼록 나의 포트폴리오를 장내 유익균 같은 든든한 우량주들로 채워놓자. 가끔은 장 컨디션을 위해 간헐적 단식처럼, 나만의 간헐적 휴장일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고.



+

5/3에 부활할 공매도가 모쪼록 대장내시경처럼 장내 불량주들을 다 솎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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