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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May 11. 2021

투자자는 달만 보지 않는다

달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자


 지난 30여 년을 살아오는 동안 내게 '우주'란 마치 하늘에 드리워진 커다란 풍경화 같았다. 날마다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달, 별처럼 반짝이는 인공위성, 가끔 맑은 날이면 드문드문 보이는 별들. 마치 자연처럼, 혹은 예술 작품처럼.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원리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것은 한낱 미물인 나로서는 그것에 대해 감히 파헤치고, 탐험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너무도 광활한 존재였다.



 그러나, 최근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주가 가깝게 느껴진다. 바로 투자자가 되면서부터다.



 사실 내가 이렇게 느끼게 된 주된 이유는 엄밀히 따지자면 그저 얻어걸린 것에 가깝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매수한 종목들이 대부분 우주항공 섹터로 깔때기처럼 수렴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경우, 나는 최초에는 그저 단순히 전기차의 유망성 때문에 테슬라의 주주가 되었고, 그 뒤에야 비로소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뒤집어놓으면서 스페이스 X 사업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대한항공은 코로나 19 이슈 회복 시 수혜주라고 생각해서 매수했는데, 유상증자를 받게 되면서 집으로 배송되어 온 사업 설명서를 읽고 나서야 대한항공이 우주항공 사업에도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율주행이 이슈라고 해서 관련주를 매수해놓고 보니, 사실 자율주행 기술 궁극적인 비전은 단순히 지구에서 일반 승용차들에 탑재되는 것에서 더 앞서 나아가 달과 화성 탐사 등에 활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주말에 심심해서 도박 삼아 조금 사 본 화제의 도지코인이 어쩌면 달 탐사 결제수단이 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뜨기도 했다. (물론 신빙성은 좀 떨어지긴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팜 관련 종목을 매수했는데, 문득 이것 또한 결국은 우주와 관련된 투자처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는 3년 전부터 가정용 스마트팜인 엔씽의 플랜티스퀘어를 알게 되고, 직접 사용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쯤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하게 되면서 스마트팜 사업 관련 투자에 관심이 갔으나, 엔씽이 비상장기업이라 투자를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최근 아래 기사를 보고 다시 투자를 하고 싶어 찾아보게 되었고, 마침 엔씽은 아니지만 따로 스마트팜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 중 상장 회사가 있어 투자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일단 최근 애그테크에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는데 주목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식량 부족 문제 해결이라던지, 각종 오염으로부터 안전한 식품을 찾고자 하는 수요라던지, 좁은 면적에서도 간편하게 키워낼 수 있는 생산성이 이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거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자면, 결국 이 기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것은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의 재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관련하여, 3년 전에 인상깊게 봤던 엔씽 김혜연 대표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는 영화 <마션>처럼 언젠가 인류가 화성에서도 식물을 재배할 수 있게끔 우주 농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3년 전의 나는 '와 되게 소설 같은 이야기네'하고 잠시 감탄했을 뿐, 이 내용을 깊이 가슴에 담아두진 않았었다. 그러나 테슬라의 주주가 되어 매일같이 '투 더 문!!', '화성 가즈아!'를 외치며 스페이스 X의 굵직한 이벤트를 매번 챙겨보는 지금의 나로서는, 화성에 스마트팜을 세우겠다는 그의 비전이 더 이상 막연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상당히 신빙성있게 들린다. (내 돈을 묻고 난 이후의 입장의 변화란...)


 '우주'라는 공간을 떠올리면 다들 웅장한 우주정거장이나 인공위성의 모습을 떠올리겠지만, 실제로 인류가 본격적으로 우주에 가기 시작했을 때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식량이 아닐까? 다른 행성에 유인우주선을 쏘더라도 결국은 지구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가 아무리 압축해도 식량을 저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니까.


 사실, 이와 같은 스마트팜에 사용되는 원천 기술 자체가 원래 NASA에서 우주에서 식물 재배 실험을 하기 위해 캡슐에 흙과 씨앗을 압축해서 가져갔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주에서 시작되어 지구에서 실험을 거친 그 기술은 좀 더 발전된 형태로 다시 돌아가 우주에서 유용하게 쓰이게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에 평소보다 조금은 더 생산적인 공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배양육 개발도 결국에는 개척 단계의 척박한 우주 환경에서 식량을 자급하기 위한 인류의 대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주에 사람이 갈 순 있겠지만, 거기서 가축을 키워서 먹을 수 있을지는 아직은 불확실하니까.


 이렇게 관점을 넓혀서 생각해 보니, 사실상 내 보유 종목의 거의 대부분이 우주항공 테마주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내가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미래 먹거리 산업'에 배분해두었기 때문인 것 같다.


 '미래 먹거리 산업'은 보통 지금 당장의 현재보다는 미래에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올 산업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미래의 인류에게 현재보다 진화된 삶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의 그런 미래 산업들은, 따지고 보면 이렇게 직, 간접적으로 어떻게든 우주 산업에 연관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렇기에, 투자자로서 반드시 우주항공 섹터에 있는 종목에 투자해야만 우주 항공에 투자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태여 ARK Invest의 우주 항공 ETF를 매수하지 않았더라도, 현재 주식이든 코인이든 무엇이든 투자를 하고 있다면, 그중에 어떤 것이 어떤 구실로라도 우주 항공 사업과 연결될 수도 있다. 특히 단기가 아닌 장기적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한다면, 우리가 투자와 관련하여 결정하는 모든 사항들이 오직 지구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정말 몇 년 내로, 모든 것이 우주적 스케일로 발전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러니 우리는 지구의 투자자가 아닌, 우주 속의 투자자로서 새로운 자의식을 확립해야 할지도 모른다. 비록 우주적 스케일로 보면 우리가 고작 한낱 먼지 같은 존재에 불과할 지라도, 때때로 우리 전부가 소멸한다 해도 이 우주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 같은 막연한 무력함을 느끼더라도. 적어도 우리의 존재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저 휘날려 사라지는 먼지가 아닌, 찰나의 순간이라도 붙잡고 생각하는 먼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인생 중반까지 어느 정도 살아온 입장에서, '달까지 가자'는 구호는 어찌 보면 공허하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직접 달까지 가진 못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기에. 그러나, 잘만 하면 적어도 내 돈은 먼저 달까지, 아니 어쩌면 화성까지도 내 대신 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coin.fyi/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2020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겐 두 개의 큰 미지(未知)가 다가오고 있다. 그 한 축이 실재하나 파악되지 않은 우주라는 물리적 미지라면,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공간은 실재하지 않으나 우리가 탐구하고 만들어나가야 할 인식의 미지이다.




 나는 그런 상상을 한다. 비록 내가 직접 달에 가진 못하더라도, 실재하는 유니버스와 가상의 메타버스가 결합할 세상을. 어쩌면 그것만이 내가 죽기 전에 달까지 갈 수 있는 진정으로 빠른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끊임없이 상상하고, 아침저녁마다 쏟아지는 뉴스들 속에서 치열하게 머리를 굴리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거듭하는 것이다.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김동조 트레이더의 책이 있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의 핵심이 '달'이 아닌 '꿈'에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자는 달을 보되, 달만 쳐다보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투자자는 모두가 달을 바라보며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금, 달을 가리키고 있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의 손가락은 누구의 몸과 정신에 속해 있는가. 그 손가락의 주인들은 결국 어떤 '꿈'을 가지고 달을 바라보고 있을까.


 가끔씩 그런 생각들이 문득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나는 어린 시절에 종종 친구들과 함께 손뼉을 나눠 치며 불렀었던 '시장에 가면'이라는 놀이용 노래를 흥얼거리며 곰곰이 생각에 잠겨 보곤 하는 것이다.



"화성에 가면~
가상 화폐도 있고,
자율 주행도 있고,
 스마트팜도 있고.."


 이다음에 무엇이 올지 구상하고 고민해 보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독자의 몫이기도 하다. 물론, 당신이 열정적인 투자자라면 말이다!



요즘 열심히 읽고 있는 책 2권. 둘 다 소설이지만 각각 유니버스와 메타버스를 탐험하는 상상력을 키워주는 데 그 어떤 투자서보다도 도움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

최근의 종목 매매 현황 + 기타



 1. 그린플러스


 지난 주 투자를 시작한 그린플러스. 스마트팜 산업군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한 상장 기업이라고. 들어가자마자 쑥쑥 거칠게 오르더니 오늘은 음봉이 떴다.



 한동안 횡보할지 잠시 조정 후 다시 올릴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갔으면 좋겠다.



2. 오르비텍


 한 달 전부터 일본 방사능 원전수 해양 방류 이슈에 대비하여 매집해 두었던 오르비텍이 오늘 시간 외 상한가로 급등하며 마무리했다. (*브런치 이전 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참고)



 문제는 이게 시외 상한가를 칠 줄 모르고 그만 오늘 장중에 보유 물량 중 절반을 14% 정도 수익에 분할 매도해 버렸다는 것이다. 막상 상한가를 간 것을 보니 내가 오늘 팔았던 절반 물량에 대해 '팔지 말걸!'이라고, 걸무새가 내 안에서 무한반복으로 빼액빼액 울어대는 중이다.


 

 재료는 아직 살아있는 것 같은데, 절반 분할매도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너무 일찍 수익실현을 해버린 것 같아서 고민이다. 내일 추매 할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3. <어스 2> 관련 비즈한국 인터뷰 진행 건 뉴스 게재 (5/10)


 4/23 세계 지구의 날을 기념하며 이 매거진에 올렸던 <두 지구 살림을 시작했습니다> 글을 보고 비즈한국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고 응했다. 아래 기사에 나온 30대 직장인 설 아무개가 바로 나다.(나는 분명히 풀 네임을 다 말씀드렸는데 기사에 설 모씨도 아니고 '설 아무개'로 나올 줄이야..! '아무개'라는 고전적인 표현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좀 놀랐다.)이 기사가 나간 후에는 아시아경제신문 기자로부터 또 비슷한 인터뷰 요청이 왔다. 어째 의도가 뻔히 보이는 듯한 질문들의 유형이 비슷비슷했지만... 그냥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인터뷰했다. 나름대로 초기 유저라 자부하며, <어스 2>가 이런 우려들을 다 불식시켜 버리고 더욱더!! 흥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레퍼럴 코드는 FX8W2UQVO8 입니다!)


 


인스타그램 : @100.fire.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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