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 - Opacity (투명도)
포토샵 프로그램에는 ‘오퍼시티(투명도)’라는 조절 값이 있다. 이 값이 0%면 완전 투명, 100%면 완전 불투명이다. 이전까지, 직장에 다니던 당시의 나의 삶은 완전 0%의 오퍼시티까지는 아니더라도, 반투명하게 미래가 어느 정도 들여다 보였던 삶이다. 나는 그렇게 내 3년 후, 5년 후가 눈에 빤히 보이는 대로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회사를 뛰쳐나오는 순간 내 삶의 오퍼시티는 100%의 하얀 백지가 되었다. 가뜩이나 그냥 냅둬도 불투명한 그 상태 위에, 나는 이런저런 불투명한 브러시로 돌이킬 수 없는 색칠을 해나가고 있다. 3D 모델링이든, 웹 소설이든, NFT든, 글쓰기든, 뭐든지 닥치는 대로 해나가며. 그래서 나는 이제 더 이상 내가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 하나의 색깔로 규정되지도 않는 존재가 되었고, 나 스스로도 당장 내년의 내가 뭘 할지 빤히 들여다 보이지도 않는 , 그야말로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