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 한 달. 그리고 <모라토리움기의 타마코>
한 달, 짧은 사랑이 날 스쳐 지나갔다.
강렬했던 감정은, '사랑'이라 부를 순 없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금방이라도 활짝 피어날 것 같이 한껏 무르익어 있었다. 나는 들떴고, 다소 흥분한 채였다. 그러나 미숙한 내가 오랜만에 찾아온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혼자 갈팡질팡하며 허우적거리는 사이, 그의 감정은 '자연 소멸'되어버리고 말았다.
"자연 소멸이라니..."
'모라토리움기의 타마코'가 예의 그 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는 그녀의 입에는 아이스크림 막대가 물려 있고, 반바지 아래로 시원하게 뻗은 그녀의 다리는 나른하게 포개어져 있다.
약간의 어이없음, 또는 황망함으로 나는 웃는다. 자연소멸이라니. 그리고 점점점. 그 대사 뒤에 생략되어 있던 뒷말을 곱씹는다.
사랑의 소멸을 갓 경험한 난 타마코처럼, 느긋하게. 허공을 올려다본다. 오늘따라 하늘이 참 맑다.
나 여름이 지나면 여길 떠날 거야. 아직 안 정했는데, 뭐 어디든 가겠지.라고 말하던 그녀의 무심한 듯 마알간 표정을 떠올리며. 나의 감정에도 잠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것이다.
"나 여름이 지나면 여길 떠날 거야."
"어디로 갈 건데?"
"아직 안 정했는데, 뭐 어디든 가겠지."
...
"여자 친구는?"
"헤어졌어."
"왜?"
"왜인지는 나도 잘.. '자연 소멸'이랄까."
".. 뭐, 그런 거지."
....
"...'자연 소멸'이라니... 오랜만에 들었네."
- <모라토리움기의 타마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