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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Sep 09. 2023

나를 성장시킨 작가, 김환기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작품을 좋아하세요? 구상작품과 추상작품 중 무얼 더 좋아하세요?”


그 질문에 “저는 김환기 선생님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그럼 구상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요? 추상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요?ㅎㅎ”라고 답했다. 별 뜻 없이 던진 나의 취향에 대한 궁금함이었다는 걸 잘 알아서 서로 깔깔 웃었던 기억이 난다.


구상과 추상이라는 스타일로 나눌 수도 없고, 한국적인 것과 모던함으로도 나눌 수 없는 것이 바로 김환기 선생님의 작품이다.


상하이 파워롱 뮤지엄에서 ‘한국 추상미술 : 김환기와 단색화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단색화 거장들(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정창섭, 정상화, 권영우)의 작품 100호 이상의 작품 130여 점이 상해에 왔을 때 나는 일이 바빠 힘들었지만 전시장에 들어가 작품을 보며 힘을 냈던 기억이 난다.


특히 김환기 선생님의 전면점화를 총망라해 본 적이 없었는데 황홀경 그 자체였다. 그 후 서울에 귀국해서 환기미술관에서 선생님의 초기 작품들부터 점점 변해가는 작품의 세계를 보며 더더욱 화가 김환기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달까.


선생님이 살아온 발자취를 보면 사회적 지위와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본인 작품을 시대와 세계 미술계의 흐름에 맞춰 끝없이 도전하며 발전시킨다. 젊지 않은 나이에 파리로 뉴욕으로 떠난 모습이 30대의 나에게는 충격적으로 강력한 메시지였다.


평단과 대중의 반응 모두가 호의적이며 직업적으로 승승장구하던 때 내 자리를 박찰 수 있을까? 주변의 달콤한 말에 신경 쓰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며 계속해서 나를 확장시킨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이루어 놓지 못한 나도 알 수 있는 스스로를 넘어서는 일, 정말 엄청난 용기이다.


떠들썩했던 서울의 아트위크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화려하고 힙한 서울과 예술이 만났고, 예술과 기업이 자본력을 뽐냈고, 아시아와 서구 갤러리들의 만남의 장소가 된 올해 서울아트위크는 정말이지 밤낮으로 파티가 끊이질 않았다. 전 세계가 한국 미술계를 주목하며 한국미술계의 저변이 넓어지는 일이 참으로 기쁘다. 10년 사이 한국 미술계는 엄청난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난 이 화려함 사이에 김환기 선생님의 기교 없는 담백함과 묵묵함의 발자취가 더없이 좋았다. 호암미술관의 아름다운 공간과 푸르른 하늘의 쨍한 가을볕 그리고 김환기 선생님의 작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시간이다.


호암미술관 재개관 후 첫 전시였는데, 내일이면 끝이 난다. 끝나기 전에 다녀와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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