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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Oct 20. 2023

도전해 보기로

브런치를 특별한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냥 끄적이는 나의 생각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어느 한 곳에 잘 모아두겠다는 마음이었다.


대게는 퇴근길 인스타에 끄적인 내용을 브런치에 옮겨다 두는 식. 한국에 와서 나는 롤러코스터 같은 생활을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쳤고, 내 인생도 내 커리어도 모두 끝났다는 자괴감 앞에 퇴근길 끄적이는 일이 내 삶의 유일한 휴식처. 그러다 보니 깔끔한 글쓰기는 아니었고, 그때그때 내가 몸담은 미술계에 대한 생각들의 나열이었다.


어느 날은 감성적이고 어느 날은 논리적이며 또 어떤 날은 지나치게 비판적이기도 한 나의 글.


브런치에 열심을 두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한 두 사람씩 내 글을 읽어주셨다. 고작 10여 명 남짓의 사람들이 눌러주는 좋아요에 신이 났다. 친구에게 자랑을 했더니 남들은 몇백 몇천의 구독자가 있는데 지나치게 소박한 거 아니냐는 말에도 기분이 좋았다.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

내가 미술계에 꿈을 가지고 도전한 유학생활도, 상하이 미술계에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도, 한국사회에 나와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도 모두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20대에도 글을 써보라는 제안을 여러 번 받았지만 쉬이 써지지 않았다. 너무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30대에도 똑같았다. 탁월한 무언가를 써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발견한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

몇 년 전부터 봐왔지만 작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놓쳤고, 올해는 엄청난 회사 스케줄 속에서도 꼭 한번 도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에 지원하기 위해 글을 모으면서 내 글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뒤죽박죽인지 알았다. 정리를 하면서도 정리할 수 없음에 좌절했지만, 그래도 지원은 했다. 지원을 하고 보니 영 가능성이 없겠다는 객관적 판단이 오히려 앞으로는 기획을 한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잘하려는 마음에 시도조차 하지 못한 지난날을 떠올려보면 ‘현재가 월등히 나아졌냐?’라는 물음에는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탁월한 전문성 말고, 지난 나의 20대와 30대를 기록해 보자는 마음이 드니 편안해졌다. 이런 꿈을 안고 이런 도전을 해봤다는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감사할 따름이고, 아니라도 나 자신에게 충분한 위로와 격려가 될 것 같다.


브런치에 끄적인 엉망진창 나의 글을 읽고 반응해 주신 구독자님들의 작은 응원이 이런 결심까지 도달하게 해 주었다. 감사하다.


나도 이제 진짜 도전하는 삶을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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