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은 아름다워 Sep 25. 2023

시대상을 담고 있는 예술?!

영화 <잠> 리뷰

나는 현대미술에서 작가가 ‘시대상’을 어떻게 담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바로 그제까지. 하지만 어제 나는 A작가님 작업실을 방문했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시대상을 담는 것은 전시기획자의 해석력이며, 작가는 깊이 있게 본인의 세계관을 만들고 깊이 있게 파고들어야 하며 분명한 작가의 시각으로 시대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 이것이 현대미술이고 예술이겠구나 깨달았다.


오늘 영화 "잠"을 보면서 장르는 다르지만 예술은 동 시대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라는 봉준호 감독의 평으로 궁금증을 유발한 이 영화는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층간소음과 수면장애라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었을 일상적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몽유병과 귀접 그 사이 의문을 오가면서 이야기는 점차 확장되는데 의학과 무속신앙, 믿음과 맹신, 신뢰와 집착, 친절과 침범 등 대비되는 두 시각을 계속해서 오가며 관객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친다. 내 것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이 광기로 변해가는 오늘날의 세태를 보여주는 듯했고, 이것이 바로 시대상을 담은 예술이라 생각했다.


봉준호와 박찬욱을 닮은 유재선 감독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의도적으로 많은 부분을 비워두었다. 한 번에 '내가 누군지 보여주겠다!'라는 넘치게 눌러 담은 젊은 감독의 패기가 아닌 '내가 누군지 계속해서 기대해 보라'는 영리함이 돋보인 영화였다.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장황하지 않으며 시대상을 억지스럽지 않게 담고 있어서였다. 메시지에 마침표를 찍어 전달하는 일방향 소통이 아닌 관객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긴 양방향 소통구조가 영화와 감독을 더 빛나게 했다. 신박한 감독의 시선과 스타일을 보는 재미도 함께.


시대상을 담는 방법을 고민하게 한 시간.


영화 내내 무서웠지만 끝나고 나니 묵직한 무엇이 남겨져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영화 #잠 #유재선감독

작가의 이전글 주변을 돌아보면 보이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