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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Sep 22. 2023

주변을 돌아보면 보이는 것

매주 화요일이면 잠실역 3번 출구에는 어르신들이 모인다.


역 밖으로 길게 늘어선 줄이 있을 때도 있고, 최근엔 계단에 모여 있는 모습도 있었다. 바쁘고 정신없이 사는 나에게 이런 모습이 궁금하기는 했으나 내 일이 바쁘고 내 삶이 고단해 발걸음을 재촉하기 바빴다.


최근에는 예배를 드리는 것 같았는데 혹시라도 이상한 집단(?)이면 어떡하나 애써 모른 척 지나가곤 했다. 그러던 오늘, 이상하게 용기가 샘솟아 짐을 옮기시는 아주머니께 말을 걸어보았다.


다행히 이상한 사람들은 아니었고 성남에 있는 교회에서 지난 4년간 노숙인을 비롯하여 소외된 이웃들을 섬기고 있었다. 나도 잠실로 이사 온 후로 이 분들의 섬김을 꾸준히 보게 되었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여름의 찜통 같은 더위에도 이웃들과 나눌 음식을 봉투마다 담아 주변의 어른들께 전달했었다.



가끔 궁금한 마음에 뭘까 보고 싶었지만 실례가 될까 빨리 지나치곤 했는데... 목사님은 지난 11년간 중국, 대만, 싱가포르에서 현지인 사역을 하셨다고 한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가장 소외된 이웃을 찾아다니며 사랑과 복음을 전하고 있다고 하셨다. 목사님과 짧은 대화 속에서 여러 공통점을 발견하며 상해한인연합교회에서의 신앙생활이 생각이 났다.


힘들고 고된 유학생활 중에 목사님들과 여러 어른들의 도움과 격려로 무탈하게 학교를 마치고 나쁘지 않은 어른으로 성장한 것 같다. 그리고 좋은 중국친구들을 통해 중국사회를 편견 없이 볼 수 있었고, 내 삶과 일에 많은 깨달음과 배움을 안겨주었다.


이렇게 나의 20대와 30대를 돌아보면 결코 혼자의 힘으로 살아낸 게 아니다. 수많은 이웃과 이 사회의 보살핌과 도움으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나는 주변의 따뜻함은 잊은 채 그저 내 상황과 환경, 바쁘고 정신없는 일에만 몰두한 채 각박한 삶을 살고 있다. 가족도 친구도 모른 채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바쁘다며 그간의 은혜를 모른 척 이기적인 마음뿐이었는데...


퇴근길 약간의 용기를 낸 덕에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이웃의 따뜻한 마음을 배웠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말씀처럼 나도 내가 받은 사랑을 이 사회와 이웃들과 나누며 살아갈 수 있기를. 내 문제에만 몰두하지 않고 보살피고 나누며 살아가기를.


#잃은양선교교회 #서로사랑하라 #잠실역3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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