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리움에 다녀오면 나는 내가 하는 일이 더 좋아진다. 동시대 미술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아주 민감하고 빠르게 알려주는 곳이 (한국에서는) 리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미술에 몸담고 있는 일이 매우 지칠 때가 있다. 예술가들의 예민함과 아집 혹은 설익거나 지나치게 추상적인 그들만의 세계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일은 감정 노동과 더불어 엄청난 육체노동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연륜이 많은 선생님들도, 이제 막 시장에서 주목받는 청년작가도 결국은 그들만의 예술세계를 펼치는 사람들이기에 각자의 철학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존중하고 존경한다.
하지만 예술이 꽃피우는 과정을 함께 하는 큐레이터로서 작가를 서포트하는 일은 정말 녹록지가 않다. 그리고 예술가는 예술을 하면 되지만, 큐레이터는 예술가가 아니기에 훨씬 많은 부분의 “현실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도 한다.
예술가와 대중 사이를 오가며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그런데 이번 필립파레노의 전시를 보면서 다른 각도에서의 현대미술을 바라보게 되었다.
‘예술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하며 공부하는 내내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정의한 현대미술이란, “시대를 쫓아가는 것이 아닌, 시대의 흐름을 이끄는 것”이었다.
내가 내린 답은 비단 예술가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느꼈다. 영화만 종합예술이 아니다. 이제는 현대미술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 역할을 해낼 때 작가의 의도를 선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살아 움직이는 예술은 기술을 만나기도 하고 철학을 만나기도 하며 동시대 우리에게 엄청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그 상상력이 기초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게 되니 예술의 역할이란 실로 대단한 힘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리움에 오면 시대를 선도하는 예술가들의 노력과 애씀이 잘 보여서 늘 흥분하게 된다. 내가 속한 자리에서 나는 어떻게 예술이 제 역할을 잘할 수 있게 도울 것인가 고민하게 되니까 말이다. 전시 후에 이런 마음을 쏟아낼 수 있는 것도 즐거운 일이기도 하고.
촉박하게 전시를 봤지만 충분히 좋았던 전시의 밸런스와 팀워크, 나도 이런 날을 기대하며 잘 준비해야지.
필립파레노<보이스>
2024.2.28-7.7
리움
@leeummuseumof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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