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을 가지게 될 때까지

유학생활을 통해 얻게 된 것

by 인생은 아름다워



‘안목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것을 나도 보려는 욕심이 아니다. 남들이 지나친 것을 남다르게 볼 수 있는 힘이다. 드러난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것, 은닉된 것을 발견하고 응시하는 내공이다… 일상의 사소함과 단순함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것을 찾는 능력이다.’ _ 故이건희 회장




고등학교 진학 전에 본격적으로 중국 유학을 계획했는데 사스가 발병하며 무기한 연기하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당연히 중국에서 살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단짝 친구들도 내가 지금 당장 중국으로 갈까 봐 울고 불고 했던 일도 많았다.


한중 수교 전부터 중국을 드나드셨던 아빠의 영향으로 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중국이라는 나라가 늘 친근했고 당연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언젠간 반드시 중국에서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하며 컸다.


19살 다시 중국 유학을 결정했을 때, 부모님은 나에게 유학의 목적을 뚜렷이 말씀해주셨다.


“언어가 아닌 중국 사회를 배울 것, 중국 사회를 통해 중국인을 이해할 것.”


수많은 나라 중 중국을 선택한 이유는 하나였다. 유구한 역사 속 깊은 인문학의 깊이가 있는 나라를 보는 것, 아는 것, 경험하는 것, 배우는 것 때문이었다. 중국의 역사를 통해 한국사회의 해결점을 발견하고 정확히 중국 사회를 파악할 때 가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기에 준비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중국을 아주 세분화 하여 공부하기로 했고, 모든 중국이 아닌 한 분야만 공략하기로 했다. “화동지역/ 미술” 이렇게 큰 두 덩이를 중심으로 더 깊이, 확장하며 공부했다.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한 중국 유학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한 사실은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될 수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 그 경험은 절대 누군가가 빼앗을 수도 없고,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고, 그 순간에 반드시 빛을 발하리라는 확신이다.


중국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사랑을 알게 됐다. 열심히 꿈꿨으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치열하게 파고들어 열정을 다해 노력했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지금의 안목을 갖추게 되었다. 그 수준과 그릇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 시간을 통해 지금 나만의 안목을 갖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을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과 좌절이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성장하게 했고 나에게 기회를 내어주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중국이 감사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기회를 또 다른 나와 같은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내가 배우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절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잊지 않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사회와 나눠야 하며, 조금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세상 귀퉁이의 어느 한부분에서 몫을 다할 것이다.


미술과 건설업에 관한 기사를 보며, 2009년 베이징에서 보고 느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났는지. 지난 10여 년의 중국 생활이, 나의 20대가 그립다. 그리고 나의 30대를 후회없이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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