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공예 트렌드 페어를 다녀와서
미술시장의 호황이 가져다준 의미 있는 변화는 ‘공예’라는 장르가 순수미술 시장으로 거부감 없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간 순수예술계는 공예품을 작품이라기보다는 상품으로 규정하여 순수 예술계와 분명한 경계선을 긋곤 했다.
미술계에 새로운 소비자들이 급격히 늘게 되면서 그간 특권 계층의 전유물로 여기던 미술품은 자본가들에게 새로운 투자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라이프 스타일을 중요시 여기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인테리어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간 순수예술계가 높이 벽을 쌓으며, 공급자도 수요자도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한 교만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 시장이 커지면서 깨닫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2021년의 컬렉터는 어렵고 모호한 예술의 범주가 아닌, 합리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유니크한 상품군으로 미술을 소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오늘 공예 트렌트 페어에서 확인했다.
그림을 감상의 대상으로 구입하기에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공예품은 적정한 필요를 채워주고 가치 있는 소비를 알게 하며, 미술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픈된 가격이 가져다준 건강한 시장은,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분명한 역할을 하고, 다양성이 확보된 시장은 경쟁을 통한 혁신을 이루어 간다.
공예 트렌트 페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높은 참여도는 한국 미술계도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기류라 읽혔다. 한국 미술시장의 앞날이 밝은 것 같다. 아니, 밝아지도록 현장에 있는 나부터 더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