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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는 어떤 곳인가?

큐레이터가 느끼는 드라마 <공작도시>

by 인생은 아름다워


2008년 미술계가 호황일 때 드라마에서 간간히 갤러리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이 나왔다. 재벌, 비자금 조성, 정치 연루 등 부자들의 검은 속내를 표현하기에 미술품만큼 적절한 도구는 없었으리라.


실제로 2000년대 초반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에 미술품이 사용되었다는 뉴스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부자들의 비자금 조성을 도왔던 서울 소재의 갤러리와 갤러리 대표의 이름이 연일 방송에 나왔다. 그리고 큐레이터와 검찰계 주요 인사의 스캔들도 있었으니 당연히 미술계에 대한 인식은 불법, 어두움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당시 나는 미술계를 몰랐기에 막연히 예쁘고 우아한 사람들의 고상한 세계라고 추측했다. 부자들만의 이너써클. 하지만 내가 미술계에서 일을 하다 보니, 드라마에서 그리는 미술계는 당연히 실제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 방송이 가진 병폐겠지만 미술계는 지나치게 우아함과 고상함 그리고 욕망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


한 동안 방송에서 미술계에서 일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일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 <공작 도시>라는 드라마를 통해 수애가 연기한 인물은 계층이동이라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며 온갖 수모를 감내하고 좌절하지만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캐릭터다.


드라마가 시작할 때부터 나는 아트센터 대표인 주인공을 어떻게 표현하고, 그 주인공의 직업적 묘사가 어떨지 관심 있게 지켜봤다. 요즘 미술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보는 뜨거운 관심 때문인지, 대선의 영향인지 그 모든 비판적 시각을 모두 담아내려는 것 같다. 비리와 검은 그림자와 어두운 사회의 모습을 담아낼 때 미술관이라는 정적이며 아름다운 공간과의 대비는 드라마 속 캐릭터의 성격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아트센터 대표의 욕망이 거짓이라는 것이 아니라, 미술계를 보여주는 직업인으로의 역할이 드라마처럼 정적이며 고상한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한동안 미술의 부정적 측면을 방송에서 묘사하는 일이 없었는데 다시 이렇게 부정한 일의 수단으로 미술계가 거론되는 점이 조금은 안타깝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품을 통해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상황에 대한 복선으로 사용한 점은 좋았다.


미술이 대세는 대세인지, 드라마 속 배경은 원주의 뮤지엄산, 주인공 집의 거실에는 박서보 선생님의 빨간색 묘법 작품이 걸려있다. 미술을 소장한다는 것이 사회적 위치와 부를 알려주는 척도인 것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을 것 같다. 막연한 부자에 대한 동경, 막연한 부자에 대한 시기와 분노를 일으키기에 그림은 참 적절한 역할을 여전히 충실히 하는 도구일 뿐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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