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민이 많았다. 일에 대해서도 미래에 대해서도.
전 세계가 팬데믹 충격에 빠졌을 때, 전염병의 시대를 겪으며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고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었다. 사람의 온기를 멀리해야 하는 삭막한 사회 속 끝없는 불안과 우울과 맞서야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술계는 호황기를 걸었고, 그중 한국 미술계는 초호황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나로서는 그 온도차를 견뎌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내가 서 있는 곳과 내가 처한 상황의 격차가 너무나도 컸기에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일을 할 때면 신이 나고 즐겁고 희열과 기쁨에 우쭐대기도 했으나 나 개인으로 돌아왔을 때는 답답한 미로에 갇힌 듯하기도 했고 억울하기도 했으며 화가 날 때도 있었다. 좌절할 때도 패배감에 빠지기도 끝도 없는 나락으로 빠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빠의 생신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서울에서 부녀지간 데이트를 했다. 지쳐있는 나에게 아빠는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지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오랜만에 일이 아닌 쉼으로 그림을 보러 다녔다. 아빠와의 짧은 시간은 정신적 풍요로움과 정서적 안정감을 통해 다음 10년의 시간을 준비할 용기를 얻었고 에너지를 채웠다.
지금까지 부모님은 이렇게 나를 다독여가며 방법을 찾도록 해주셨다. 정신적 풍요를 채워주시고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그 덕에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비교하지 않고 나의 길을 걸어갈 힘을 얻었다.
운이 좋게도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 이배 선생님의 작품도 잔뜩 볼 수 있었다. 언젠가는 함께 할 그날을 위해, 힘을 내자.
#이배 #불로부터H13 #LEEBAE
#더할나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