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힘은 무엇일까

by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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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 청년들, 특히 여성, 그중에서도 문화예술을 다루는 사람 중에는 정치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은 매우 드물다. 나의 경우도 정치성향,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쓰는 일을 무척 조심한다. 정치에 관여하는 사람은 욕망이 강하거나, 편협한 성향이라고 낙인찍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조금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지성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라의 지도자를 세우는 일에 지지선언을 하는 일을 주저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여 이번 대선에서는 김동연 후보를 (내 나름의) 적극적인 방법으로 지지했다.


여름부터 후보자를 지켜보며 후원금을 내기도 했고, 선거캠프의 구성, 정책들도 꼼꼼히 찾아보며 인스타 계정에 반응을 하고, 기사나 책도 찾아보며 오프라인에는 나의 지지 성향을 많이 알렸다.


기득권을 깨겠다는 그의 대권 도전은, 수많은 무리 중 처음 발을 떼는 펭귄에 비유하며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내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오늘 그의 후보 사퇴와 단일화를 보면서 깊은 탄식과 아쉬움이 남는다.


청년들에게 기회의 나라를, 스타트업 공화국을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는 그가 정치 스타트업 초년생의 심정으로 이 레이스를 달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 단일화 뉴스를 보며 아래로부터의 유쾌한 반란은 기성세대도 깨지 못한 현실의 벽을 보게 했다.


아쉽다.


김동연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완주했다면 그의 용기와 뚝심이 새로운 물결의 초석이 되었을 텐데. 성공이 아니었을지라도 의미 있는 실패가 주는 아름다운 도전에 박수를 보냈을 텐데. 위로가 필요한 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을 텐데. 아쉬운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 그리고 씁쓸함으로 3월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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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님의 별세 소식을 속보기사로 봤을 때 마음이 착잡했다. 어른과 지도자가 부재한 시대에 별이 졌다는 것은 균형을 이루게 했던 저울과 방향을 알려주던 나침반을 잃고 사막한 가운데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마음 때문이었다.


인간의 삶에서 죽음은 모두가 공평하고 평등하게 피해 갈 수 없는 순리지만 유독 아쉬움이 남는 건 그분의 인생이 많은 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남긴 정신적 유산을 잊지 말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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