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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Jun 02. 2022

미술계 노동자, 큐레이터의 고민


깊고 긴 어두운 밤을 지나고, 그 밤이 끝날 것 같지 않을때 여명이 밝아온다. 누군가는 끝났다고, 졌다고, 포기하고 떠나갈때 또 한번 기회가 찾아오고 진가가 발휘 된다.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서, 나는 나의 모습을 투영하게 되었다. 작년 여름즈음 대선 후보들이 하나 둘씩 선거에 뛰어들고, 자신을 알리던 그때 내가 만난 어떤 후보자가 있었다. 그 분을 보면서 그 분이 말하고자 하는 가치를 보면서 어쩌면 나에게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30대 중반을 들어선 나에게도 아직 청년의 꿈을 이야기 하고, 도전을 말하며 개인의 노력 여부가 아닌 사회 구조적 환경을 만들어 실패에 관대하며, 도전에 주저 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그 분의 포부가 어쩐지 약간의 희망과 위로처럼 느껴졌다.

선거 유세 중에 단  한번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어떤 노력과 행동에도 사람들이 그 후보자를 알아주지 않았다. 사실 나는 대선 후보로 알게 되었지만, 그 분이 몸담고 있는 사단법인의 여러 프로젝트를 보면서 나도 참여하고 후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청소년들과 희망편지를 주고 받기도 하면서 말이다.

여러 어려움들과 막막함 앞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발벗고 기회를 만들어주는 모습이 내가 청소년 시절 겪었던 모습과 상황 같아서 나도 작지만 동참하게 된 것이다.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나라가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며, 내 나름 열심히 그 후보자를 응원했다. sns에서 보여지는 활동들에 응원을 더했고, 간간히 내 인스타에도 그 분의 철학을 공유하곤 했다.

선거 막판, 단일화라는 화두로 나는 실망을 했지만

어쩌면 그 분에게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인, 다른 결정과 대안이 없었던 현실적인 타협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끝까지 자기의 길을 가 주길 바랬던 마음. 소신을 굽히지 않고도 반드시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후보자를 통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리고 지방선거에서도 그의 노력과 유세는 유력 후보들처럼 잘 보이진 않았지만 오늘 새벽 드라마 같았던 승리의 소식을 보게 됐다. 7시 무렵 당선 소식을 전하는 인터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모든 방송국 출구조사에서 패배의 소식을 전했을때,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었고, 자리를 떠났다. 길고 긴 밤이 지나고, 새벽녘 마지막 순간 역전승을 이뤄냈다.

동트기 바로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대선 후보자로 시작하여 도지사로 당선 된 그 긴 여정에서 한 번도 주류인적 없었고, 그가 외치는 소리는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듯 했지만, 결국 작은 소리들이 쌓이고 쌓여 진심이 전해졌다.

나는 지금 정치를 이야기 하려고 한게 아니다.

후보자를 보면서 나의 30대가, 나의 현실이 보여져서 감회를 글로 남기게 된 것이다.

내가 목소리 내는 것, 내가 바라보는 것, 내가 손을 들어 가리키는 모든것이 어쩐지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전달되지 않는 것 같은 답답함이 있다. 그 답답함의 원인은 가장 먼저 나 자신 때문이겠지만, 나의 방법이 어디서 부터 어떻게 잘 못 되었는지, 왜 전달되지 못하고 이뤄내지 못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 문제점을 알았다면 훨씬 쉽게 문제를 해결할 텐데, 나는 요즘 그 미로에 갇혀 있다.

20대때는 도전과 열정으로 꿈꿨던 일들이

30대가 되니 사회적 성과와 지표로 말을 해야 한다.

내가 결코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이 아닌데도, 왜 나와 사회의 거리가 이렇게 까지 멀어졌을까?

왜 미술계에서는 평범한 수준의 임금도 보장되기 어려운 것일까?

양적으로 팽창하는 미술시장에 사각지대의 큐레이터의 삶은, 가치만 쫓는다고 될 일일까?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가 더 정확한 질문이겠다.

여러 고민들의 밤이 길고 깊게 지나가면, 동트는 새벽을 볼 수 있다는 오늘의 교훈처럼 나는 믿고 견뎌야 하는 것일지, 처음부터 새로이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일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큐레이터란 뭐길래,

미술이란 무엇이길래,

내 직업의 정의와 소명에 대해 정리를 해야겠다.

그 후에 멈출지 계속 가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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