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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May 16. 2021

나는 누구이며,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드나요?

100점 만점에....

0. 지금의 나를 소개합니다.

여전히 자기소개 앞에서는 3초 정도 호흡이 멎는다.

이쯤 되면 나를 잘 아는 멋진 어른이 되어있을 거라고 상상했던 그 나이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매일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서른이 되기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 중심이 아주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렇게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신혼 생활도 잠시 접어두고 가족도 외면하고 훌쩍 떠나 순례길을 완주했다. 돌아와서는 책까지 썼다. 덕분에 떠나기 전보다는 분명히 훨씬 단단해졌지만 순례길 뽕은 오래가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내가 제일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영원히 완벽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완벽을 꿈꾸며 좋은 마케터로, 인간으로, 와이프로, 딸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우당탕탕 고민하는 31살을 지나고 있다.



1.  첫 번째 질문드립니다. 당신은 요즘 당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나요?

마음에 든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요즘의 나는 나에게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70점을 주고 싶다. 퍽 마음에 든다는 소리다.
한때는 무색무취에 가까울 만큼 취향이 없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포인트에 감동을 하고, 누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즐거운 지조차 몰랐다. 문제라면 문제 일 수 있는 그 부분을 인지하고 난 뒤에는 나 스스로를 더 관찰하기로 했고 그 관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취향을 차곡차곡 찾아가는 중이다.


 최근에 발견하게 된 건 작업을 하거나 일을 할 때 가사가 없는 재즈를 들으면 집중력이 엄청나게 오르고, 쇼미 더 머니와 고등 래퍼에 나오는 래퍼들(특히 로꼬)에게 설레며, 회사에서 쓰는 애플 정품 키보드보다 집에서 서브로 사용하는 둥글둥글한 로지텍 키보드의 촉감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또 운동을 몇 년 간 안 했던 것치고는 운동을 잘하는 편에 속하고 좋아한다는 것. 또 애플 워치의 활동 링을 다 채웠을 때 거의 집 대청소를 했을 때만큼의 짜릿함을 느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상 속에서 이렇게 사소 한 것부터 하나씩 쌓다 보면 나 자신이 점점 더 또렷해질 것 같아 기대된다.

 채워지지 못한 30점은 예전보다 덜 대담하고 덜 도전적인 모습을 보이는 내가 아쉬워서.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할 말을 다 하는 편이었고 새로운 도전에 거침없는 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른이 된 건지, 사회생활에 찌들어 버린 직장인이 돼가는 건지 많이 몸을 사릴 때가 많다. 주말이면 우리 집 소파가 그저 좋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는 오래된 인연들과 편하게 만나 늘 하던 이야기만 하고 먹던 것만 찾게 된다. 새로운 자극을 찾아 울부짖으면서도 막상 몸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는 모습... 싱그럽고 패기 넘치는 청년의 젊음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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