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제 멋에 사는 거 아니겠어요?
11.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내가 봐도 내가 멋있을 때가 있어요. 당신의 삶에서 당신이 가장 멋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던 날.
내 두발로 800km를 걸었다. 한 달 동안. 배낭을 메고. 스스로가 창피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현실을 온통 외면하고 스페인까지 도망을 갔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었다. 못나지 않았다고. 다른 이들의 인정이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를 존중하고 인정할 수 있으려면 800km를 걸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걸었다. 마지막 날 비를 뚫고 45km를 걸으며 마침내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행색은 거지 거지 상거지가 따로 없었지만 나는 온 우주에서 가장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 부럽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