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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Aug 29. 2021

인스타그램 없이 살 수 있을까?

마케터가그래도 되는걸까?

올해 4월 초, 예상치 못하게 너무도 안 좋은 일이 생겼다.

혼자 지내는 나의 곁을 누구보다 따뜻하고 꽉 채워서 지켜주었던 반려견의 갑작스러운 죽음. 준비한 적 없는 슬픔에 나는 그대로 무너졌다. 


인스타그램엔 내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그 못지않게 반려견에 대한 기록이 정말 많았다. 지울 수도 그렇다고 매일 쳐다보고 있을 수도 없었던 인스타그램의 게시물을 보면서 나의 상실감과 우울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아마 그 시기에 약간의 우울증이 찾아왔던 것 같다. 그리고 열등감도 폭발했다. 


'나는 이렇게 괴로운데, 사람들은 잘도 좋은 곳을 가고 맛있는 걸 먹고, 비싼 것도 척척 잘도 사는구나.' 



우울감과 무기력함에 빠져서도 습관처럼 인스타그램 아이콘을 누르며 수시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문득 '이걸 안 보고 살면 되는 거 아닐까? 모르면 모르는 대로. 놓치면 놓치는 대로, 안 보고 안 들으면 괜찮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직업이 트렌드를 놓쳐서는 안 되는 마케터인지라 마케터가 인스타그램 없이 사는 게 가능할지... 걱정이 됐다. 그래서 2명의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첫 번째 지인은 인스타그램 계정은 있지만 딱히 게시물을 올리지도, 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잘 보지도 않는 말 그대로 인스타그램에 별 관심이 없는 친구. 인스타그램을 잘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니 친구는 3가지 대답을 주었다. 


첫 번째, 내가 여유롭고 행복하고 뭔가를 맘껏 누릴 때만 올리게 돼서
두 번째, 그걸 보고 누군가가 나를 원래의 나보다 괜찮게 여기는 게 별로라서
세 번째, 은연중에 타인의 반응을 기다리게 되는 게 자유롭지 못한 느낌이어서


친구가 대답한 첫 번째 답변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을 하는 패턴이다. 좋은 거를 보고 누릴 때 자랑하듯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그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와 나 자신에게 건강하지 못한 영향을 받는 것 같아 딱히 즐겨하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에 동의가 되었다. 그리고 타인의 반응을 기다리게 된다는 것도. 사실 나도 게시글 하나를 올릴 때마다 수십 번씩 새로고침을 하면서 누가 댓글을 달지는 않았는지, 좋아요가 몇 개가 쌓였는지 확인하곤 했으니까.


두 번째 지인은 스타트업에서 인스타그램과 직결된 일을 했던 사람. 매일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하면서도(심지어 아주 잘하면서도) 언젠가 갑자기 디지털 디톡스를 선언하고 홀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모습을 감췄던 적이 있기에 그때 무슨 마음이었는지 물어봤다. 질문을 하자마자 당시 본인이 적어두었던 마음을 나에게 보내주었다. 


중독과 편집에 대한 두려움. 다들 어떤 식으로 중독의 선을 넘어가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중독상태였다. 생각해보면 굳이 올리지 않아도 되는 작은 것들을 굳이 굳이 올리는 스스로가 이상하면서도 멈추기가 쉽지 않았다. 다들 그 이상한 기분을 느끼지 않고 있는 걸까. 부럽네 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가 첫 번째 마음.
그다음은 편집이라는 이상한 세계. 그곳의 나는 지극히 나라는 사람의 일부분이고, 타인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 모습과 실제의 온도와 결이 다름을 볼 때마다 아무도 안겨주지 않은 실망감을 스스로 느끼는 게 불편을 넘어서 관계 가운데도 큰 암석이 되었다. 대체 왜 이런 불편을 느껴야 하지, 자꾸 생각하니 하루 중 그 생각을 하는 시간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누군가도 내게 그런 것을 느끼리라 생각하니 잠시 멈추는 게 낫겠더라.


인스타그램에 대한 나의 마음과 두 지인이 느낀 불편함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좋은 면으로만 극대화된 나 자신에 대한 불편함과 약간의 부끄러움,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게 되는 그 찝찝함. 나의 일상생활을 전시하는 것에 있어서, 그리고 전시된 남의 일상생활을 보면서 우월감, 열등감, 분노, 질투, 어이없음 등 다양한 반응을 굳이 굳이 애써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한 피로감...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또 그다지 알고 싶지 않거나 몰라도 되는 일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무방비하게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각종 브랜드들의 다양한 소식과 매일매일 새로운 트렌드라며 쏟아지는 콘텐츠들. 마치 그것들을 그대로 하지 않으면, 가지 않으면, 먹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과한 정보들. 어느 순간엔 내가 정말 이 브랜드를 좋아서 보고 있는 건지 내가 정말 커피를 좋아해서 이 카페를 가고 싶어 하는 건지 내가 이 사람의 팬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두 사람과의 대화로 나는 용기를 얻었다.


SNS에 대해 다룬 다큐, 소셜딜레마



인스타그램이 너의 얼굴이라고, 인스타그램으로 개인 브랜딩을 해야 한다고, 인스타그램으로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인스타그램 안에 기회가 있다고 외쳐대는 수많은 외침을 속에서도 나는 분명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가 멈춰야 할 때였다.


단 한 번도 지운적 없던

핸드폰 첫 화면에서 단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그리고 3개월.

놀랄 만큼 아무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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