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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Jan 09. 2022

새해 첫 주, 나에게 감탄을 안겨준 일들

마케터의 주간 감탄일기 1.

모든 일에 별로 감동을 받거나, 감탄을 하지 않거나, 호기심이 없어지면 늙는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이조차도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거지...), 새해가 되면서 소위 말하는 새해 뽐뿌를 받아서 일까?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일까? 물리적으로는 늙더라도 정신적으로는 늙고 싶지 않아 졌다. 그래서 소소하고 사소한 일에도 억지로라도 감탄하고 기록하는 일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길을 걷다 사진을 찍거나 SNS를 보다가 캡처를 해두는 것들이 많다. 또 직업이 이렇다 보니 특정 브랜드나 서비스를 이용하다가도 '요거 괜찮네!'싶은 것들도 다 쌓아두는데 다시 보지 않으니 그저 흘러갈 뿐이었다. 그래서 사소한 것에 감탄하고, 기록하고 되새김질하기 위해 주간 감탄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부디 트렌디한 마케터로 발돋움하고 그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려볼 수 있길 바라며!


*

주간 감탄 일기는 한주의 마무리와 시작이 동시에 맞물리는 일요일 저녁에 되도록 작성해 보겠습니다. (사람일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무조건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을래요.) 누군가 같이 읽어주고 반응해준다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연말에 많은 기록물이 쌓여있으면 좋겠네요.




1. 책: 별게 다 영감 (이승희)

별게 다 영감

사실 주간 감탄일기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건 이 책이다. '별게 다 영감'. 워낙 마케터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분이 쓰신 책이라서 안 사볼 수가 없었다. 내용을 보면 정말 크고 작은 영감들이 많은데 그 기록물들이 시간이 지나 그대로 쌓여 한 권의 책으로 다시 태어났고 사람들에게 다시 '영감'이라는 주제로 '영감'을 나누고 있다. 끊김 없이 읽고 싶어서 주말까지 기다렸다가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중간 하이라이트를 칠 문장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와닿았던 부분은 어느 중국인 선생님의 사직서의 한 문장. '세상이 그렇게 넓다는데, 제가 한 번 가보죠.' 퇴사라는 상황을 떠나서 일상을 살아갈 때나 새로운 도전을 앞두었을 때 한 번 가보지 뭐, 한 번 해보지 뭐 하는 마음가짐이 어렵지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요즘은 특히 더 그렇다.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을 공식적인 문서에 작성했다니. 도대체 저 사람은 퇴사 뒤 얼마나 멋진 인생을 살고 있을까! 저 패기가 부럽다. 언젠가 나도 저 문장을 오피셜로 써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2.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 쉑쉑버거 (셰이크 쉑)

쉑쉑버거 테이크아웃 포장

며칠 전 정말 오~랜만에 회사에서 야근을 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기로 하고 팀원들이랑 쉑쉑버거를 시켰는데 정갈한 포장보다 더 눈이 가는 건 포장 박스 내부에 들어가 있는 일러스트와 쉑쉑버거의 시작에 대한 스토리텔링. 포장박스 내부에 어떤 재미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건 오리온 고래밥에서도 예전부터 했던 일이라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WOW 했던 부분은 글에 있었다. 셰이크 쉑은 수제버거 전문점이 아니라 본인들을 파인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소개하는 것과 지역사회의 모임 공간 역할, 호스피탈리티를 통한 핵심 가치 Stand For Something Good을 실천한다는 것. 솔직히 다 그냥 뉴욕에서 온 맛있는 버거 전문점, 특히 셰이크와 같이 먹는다는 게 특이한 햄버거 가게 정도로만 생각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난 그랬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나서는 쉑쉑버거를 바라보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조금 더 진지해졌다고나 할까. 이래서 알고 보고, 알고 먹는 것과 그냥 보고, 그냥 먹는 건 천지차이다.



3. 퇴근길에 불이 들어오는 길

회사의 새로운 방향성이 발표되면서 다소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퇴근하고 나오자마자 만나게 된 골목. 회사 건물 바로 근처였는데 처음으로 걸어보게 되었다. 하필, 이날, 이 길에, 이토록 적절한 문장이라니.


당신은 인생의 주인공입니다.

다시 꿈을 꾼다.

내 안에는 늘 꿈이 있다.

당신과 함께하면 내 꿈이 더 아름다워진다.

다시 꿈을 꾸기 위해 집으로 향한다.


뻔한 말들이 모여있지만 이 날의 내 기분에는 전혀 뻔하지 않았다. 마치 갑자기 어떤 게시라도 내려온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딱 퇴근시간에만 빛이 들어오는 작고 신기한 골목.



4. 일요일 8시, 해장이 필요한 배달의민족

일요일 오전 8시와 9시 배달의 민족 인기 검색어


전날 저녁을 일찍 먹고 잠들었더니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배가 고팠다. 요리를 해먹기도 뭐하고(솜씨가 없어서), 요즘 배민1에 워낙 맛들린터라 습관적으로 배달의민족을 켰다. 이른 시간이기도 했고 마땅히 당기는 음식이 없어서 인기 검색어를 눌러봤는데 세상에 일요일 아침 8시에 배달의 민족엔 온통 해장을 원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인기 검색어 1위부터 10위까지 중 6개 메뉴가 해장과 관련된 메뉴라니(죽도 해장과 관련 있을 것 같아서). 늦게까지 음주를 즐기신 분들은 괴로운 아침을 배민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별다른 소득 없이 배민을 일단 종료했다가 한 시간 정도 뒤에 다시 인기 검색어를 봤다. 세상에 한 시간 사이에 검색어가 이렇게까지 달라졌을 줄이야. 밤새 숙취에 시달리던 애주가 무리들은 8시경 본인들의 밥을 찾아 배민을 떠났고, 오전 9시부터는 주말을 알뜰하게 보내는 브런치족들이 등장한 거다. 한 시간 차이로 대한민국의 주말 생활패턴이 드러났다. 오늘 진짜 제일 신기했다.



5. 대박적인 신년운세

운세나 사주를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새해에는 가볍게라도 꼭 신년운세를 체크한다. 올해 운세는 팀 동료가 사주 앱을 통해서 봐줬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다른 건 더 안 찾아보기로 했다.


"이름이 사해에 널리 알려지고 재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지니, 온 가족이 부귀영화를 누리게 됩니다.

다소 연초에는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닥치겠으나, 나중에 가서는 길운이 찾아들어 오리니 참고 견디는 것이 상책이라 하겠습니다. 오랫동안 바라오던 소원이 성취되니 백가지 일을 벌여도 모두 이루어지리라 봅니다."


이름이 사해에 알려지는 것 까지는, 또 재물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좋은 말들만 기억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약-간의 더 신뢰가 가는 건 회사의 방향성이 달라지면서 고생길이 너무도 뻔하게 열렸는데 연초에 힘들다는 게 언급되니 괜히 더 사주 풀이에 신뢰(?)가 간다.



이렇게 보니 그냥 흘려보냈던 한 주가 아니었다.

알찼네. 알찼어!






혼자 기록하고 남겨두는 것도 좋지만 저의 소소한 감탄이 여러분에게도 와닿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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