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라 Jan 16. 2022

일상이 감탄으로 가득 차면 피곤하지

마케터의 주간 감탄일기 2.

주간 감탄일기를 쓰기로 한지 2주 차.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사실은 벌써 조금 지겨워지고야 말았다.

사소한 것을 관찰하고 감탄하려고 하는데 참 습관이 되지 않으니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주는 정말 지극히 일상적인 것에서 얻은 소소한 감탄들을 모았다.




1. 월요일 아침 운동은 일주일의 원동력이 된다.


헬스장을 끊어놓고 홀딩을 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다 1월부터는 제대로 다니기로 했다. 우리 회사는 월요일 오전에는 출근을 하지 않아서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꼭 헬스장에 가기로 다짐했다. 이번 주 월요일 오전 8시쯤 헬스장에 가니 정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게 또 괜히 사람을 얼마나 뿌듯하게 하던지. 2가지 마음이 공존했다. 월요일 오전부터 건강을 위해 부지런을 떠는 나에 대한 만족감다들 지금쯤 바쁜 출근길을 걷고 있겠지 하는 괜한 우쭐함. 월요일 오전에 1시간 운동한 게 일주일간 괜히 나를 더 건강하고 부지런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해 준다. 내일도 가야지!



2. 머리맡에는 늘 좋아하는 것을 둬야지.


몇 시간을 엑셀 파일과 기획안에 시달리다가 한숨 돌리려고 머리를 들었을 때 시선이 닿았던 곳. 남편과 친한 친구, 동료들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가득하다. 괜히 그 여름, 그 가을, 작년 겨울로 갑자기 시간이 돌아간 것 같았다. 살짝 미소를 머금고 사진으로 담긴 기억들을 또 한 번 사진으로 담았다. 그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확실하게 된다. 잔잔하게 햇살이 들어오는 오후 4시경. 좋아하는 것들을 가까이 두고 자주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느낀 날.



3. 시간은 정직하다.


토요일엔 오랜만에 친구가 살고 있는 천안에 놀러 갔다. 픽업 나온 친구의 차를 탔는데, 오 확실히 저번에 탔을 때와는 안전감이 다르다. 멀리 나가지는 않더라도 매일 조금씩 운전을 계속했다고 하더니 이제 제법 끼어들기도 잘하고 후방 주차도 한 번에 한다. 그때는 양손으로 핸들을 꽉 쥐고 운전하는 동안에는 말도 못 걸게 하더니 이제는 대화도 멈추지 않고 하고 중간중간 음악을 선곡하는 여유도 생겼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는 건 역시 배신하지 않는다. 시간의 세례는 정직해.



4. 아직도 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근데 그것들이 사실 꼭 다-해봐야 하는 건 아닌 것도 같다.


요즘 스우파와 스걸파에 나오는 멋있는 언니들(사실 거의 나보다 한참 동생이지만.)을 보면서 눈길이 갔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녀들의 손톱.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길고 화려하고 영롱하던지. 젤 네일은 몇 번 받아 봤어도 손톱 연장은 한 번도 꿈꿔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수요일 저녁 아주 충동적으로 저질러버렸다. 이까짓게 뭐라고 맨날 멋있다 멋있다만 할 게 아니라 나도 한번 해보면 되는 거지 뭐! 하면서. 

완성된 직후엔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다. 살면서 가져본 적 없는 긴-길이의 손톱. 젤로 반들반들해져 있고 큐빅까지 올려 화룡정점을 찍었다. 언뜻 보면 그냥 깔끔하고 얌전해 보이지만 평소 내가 하고 다니는 스타일을 감안하면 나름대로는 아주 파격적인 변신이 아닐 수 없다. 봐도 봐도 예쁘고 감탄스럽다. 하지만! 네일을 받고 나오면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려는데 손톱에 걸려서 도무지 꺼낼 수가 없었다. 결국 네일샵 직원분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계산을 하고 패딩을 입으려는데 원래라면 스무스하게 들어가야 하는 팔이 손끝에서 자꾸만 걸렸다. 그때 바로 후회했다. '아 이래서 머리는 어떻게 감고 단추는 어떻게 채우고 키보드는 어떻게 치지...'


생각보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손끝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다는 걸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깨닫고 있다. 또 하나, 서른이 넘도록 굳이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 있다는 건 그건 뭔가 내가 내재적으로 그걸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호! 와 반성!으로 가득 찬 주간 감탄일기 끝.

매거진의 이전글 새해 첫 주, 나에게 감탄을 안겨준 일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