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loser)가 아니길 바라지만.
그녀는 혼자 말한다. 나 루저인가?
이른 아침 눈을 뜬 40대 중반의 주부인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찌뿌듯한 몸을 일으킨다.
몸은 무겁고, 머리가 맑았으면 좋겠지만 하루를 다 보낸 것처럼 구구절절 무언가에 가득 차 있다.
이것을 보통 ‘몸과 마음이 무겁다.’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거실로 나온 그녀는 잔잔한 클래식을 틀고 기지개하며 숨 한 번 고르고, 소파에 앉아 잠시 기도한다. 일상의 시작이다. 묵상과 기도를 마치고, 집안 창문마다 열어 밤새 가라앉은 공기를 환기시킨다.
잔잔한 음악의 소리는 좀 커지고, 가족의 아침 식사를 분주히 준비한다. 나름 열심히 차렸는데 식탁은 늘 휑하다. ‘깨작대지 않고 분주할 정도의 손놀림으로 먹어줬으면 좋겠다.’라는 기대는 있지만 쉽지 않다. 남편의 아침 인사는 포옹과 함께 “잘 잤어?”의 말로 그녀와 초등학생 두 딸에게 따뜻함을 전해준다.
그러나 그녀는 표정이 좋지 않다.
남편의 good morning 인사와 부스스 일어난 두 딸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행복하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시끄러운 소리로 누가 봐도 심란한 표정이 떠나질 않는다. 묵직한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이렇다 할 말은 하지 않고, 조용히 아이들과 아침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한다. 딸들은 아침밥이 입 맛에 딱 맞지 않아도 엄마를 위해 열심히 먹고, 재빠르게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이후 세상 맑은 솔 톤으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 등교한다.
이제야 식탁 앉은 그녀가 밥 한술을 입에 넣고 소여물 씹듯 먹는다. 준비를 마친 남편은 그런 아내를 다시 안아주며 “오늘 하루 행복하자!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말하고 출근한다. 덩그러니 식탁에 앉은 그녀와 휑한 기류 속에 잔잔히 흐르는 클래식만 집안에 울림이 된다.
그녀는 혼자 말한다. “나 루저인가?”
루저 (loser)…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경기나 경쟁 따위에서 지는 사람.
사회적으로 무능하거나 실패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스스로에게 ‘루저’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