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함께 했던 오피스 메이트 유언니가 떠나고, 가뜩이나 하얀 사무실이 유독 차갑고 커 보인다. 보일러가 안 돌아가도 한겨울 내내 24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신혼집과 너무 달라서 이제 여기로 올 마음이 자주 들지 않겠구나 싶었다. 나름대로 2년 꼭 채운 사무실을 내놓기로 마음먹고 더 본격적으로 집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집무실(집+사무실)을 제대로 세팅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트북으로만 모든 일을 하려고 하니 헤어진 줄 알았던 어깨 통증과 두통이 다시금 찾아왔다. 거기에 늘 둘이었을 때 잊고 있던 문제점이 하나 더 있었으니, 혼자 있을 때 끼니를 잘 챙겨 먹지 않는 버릇이다. 며칠쯤은 전날 남은 반찬, 간단한 라면이라도 챙겨 먹다가 어느 날은 우유에 커피 믹스를 탄 믹스 라떼로 점심을 대신했다. 퇴근 후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하루 일과와 메뉴 이야기를 꺼내놓고서야 아차 싶었다.
요리를 참 좋아하지만 스스로를 위한 요리는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20대 초반에 집에 혼자 남는 주말이면 해먹던 떡만두국이 떠올랐다. 냉동실에 남는 아무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 파기름에 볶다가 고춧가루와 간장을 넣어 빨간 볶음 양념을 만든다. 여기에 양파나 먹고 싶은 야채를 볶다가 물을 붓고 떡이랑 만두를 넣어 마저 끓이면 완성되는 간단한 요리이다. 몇 번 만들며 깨달은 점은 냉동만두는 퍼지기 쉬우니 전자렌지에서 90%쯤 익히고 마지막에 국물에 빠뜨려야 한다는 것. 휘리릭 만든 요리인데도 오직 나를 위해 들인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진다. 집에 포장해다 놓은 족발이 있어도 짭짤한 고기볶음이나 고추참치캔이 있어도, 엄마는 혼자일 때면 밥에 물을 말아 김치를 올려 먹었다. 김치도 김치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새김치가 아닌 몇 끼니 먹고 냉장고에 들어간 조각김치를 먹었다. 맛있는 것 좀 챙겨먹으라고 짜증 아닌 짜증을 내도 혼자서는 때우듯 김치에 밥을 먹는 엄마 모습이 이제 나에게도 빨갛게 배어 나오는 기분이다.